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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정치 넘어선 선거공학 비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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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진영정치의 늪에 뛰어들었다.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 쪽으로 종점이 바뀌어 특혜의혹이 일자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를 선언해 사안의 성격을 전환시킨 것이다. 물타기와 되치기가 반복되며 이 효과는 현재까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용산 대통령실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도박을 건 승부수나 다름없다. 애초 사태의 본질은 2017년 첫 계획 단계부터 2021년 예비타당성조사까지 줄곧 양평군 양서면에 있던 고속도로 종점이 현 정부 집권 후인 지난 5월 양평군 강상면으로 바뀐 것이다. 어떤 근거로 어떤 절차를 밟았는지 투명하게 밝혀 달라는 합리적 의심이었지만 이미 쟁점은 180도 달라졌다.
대중을 현혹시켜 의도대로 전선을 새로 긋는 건 대표적 정치전략이다. 모두가 격앙돼 뭔가에 몰입된 채 상대 진영에 분노하지만 지나고 보면 어느 쪽은 농락당한 허탈함에 빠지기 쉽다. 편가르기는 피하기 힘든 유혹 같은 것이다. 난마처럼 얽힌 문제를 명쾌한 양자택일로 정리해 준다. 전개상황은 비슷하다. 사회적 비난이 쏟아진 조금 뒤, 쟁점이 달아오를수록 여론은 찬반에 빨려 들어가고 수세에 몰렸던 인물은 진영의 전사로 부활한다. 처음엔 여당도 부담스러워했지만 국토부 청사엔 “보수의 보배” 같은 지지층의 응원화환 행렬이 출현했다.
여권은 ‘이념전쟁’으로 총선준비를 본격화한 듯하다. 통일부가 전면에 나서 주도할 분위기다. ‘김정은 정권 타도’와 ‘자체 핵무장’을 주장한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장관에 발탁하면서 통일부의 성격은 완전히 바뀔 조짐이다. 친북논란이 있는 ‘가짜 독립유공자’ 서훈을 박탈하고, 친일로 낙인찍힌 인물을 재평가한다는 보훈정책도 보태졌다. 결국 군사정권시절 민주주의와 인권을 탄압했던 진영의 ‘북한인권 중시’, 반대편에선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집단이 북한인권은 외면하는 이율배반 프레임이 정면충돌하는 것이다.
그럼 현 정권의 보수강화 드라이브는 필승으로 통할까. 한국에서 진보와 보수 틀을 원점에서 뒤섞은 변칙실험은 한 차례 있었다. 1990년 3당 합당의 묘수다. 전두환 신군부의 민정당과 유신잔존세력, 민주화투쟁 진영 간 총결집 카드였다. 호남의 김대중을 배제한 지역기반 야합이었지만, 여기서 탄생한 민자당은 내부에 산업화·민주화 세력이 망라된 결정적 무기를 갖게 됐다. 김영삼이 집권하자마자 하나회 척결과 군사정권 청산에 나섰을 때 야당인 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열광하는 난감한 처지에 개점휴업 상태였다. 자신들의 주장을 대통령이 혁명적으로 밀어붙이니 넋 나간 채 할 일이 없어진 것이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민주당의 대표적 원로는 “윤 대통령이 대선출마를 고민하던 야인시절에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며 불분명한 이유로 약속이 곧 취소됐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들이 도와줄 것으로 생각했거나 제3의 세력으로 등장하는 시나리오를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TV에 출연해 가수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부르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수의 어느 대통령도 하지 않았던 광주 5·18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도 열창했다.
이때를 대통령의 ‘초심’으로 믿고 싶다. 윤 정부 출현엔 호남을 비롯한 민주개혁진영 일부도 참여해 대표성을 갖고 있다. 박빙의 선거일수록 가운데 스윙보터가 운명을 결정짓는다. 노란봉투법을 비롯해 야권이 주장하는 쟁점 한 가지라도 전향적으로 방향을 튼다면 일방적 국정기조 수정으로 민심이 놀랄 것이다. 야권 지지층은 일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보다 솔깃한 선거공학이 어디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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