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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장 대기실의 보호자

입력
2023.07.16 22: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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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을 하는 날 보호자들은 수술장 입구에서 환자와 이별의 의식을 치른다. 이 의식은 애틋함과 회한이 겹쳐 눈물로 마무리된다. 병원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수술장은 대개 2층이나 3층에 있다. 그 연유는 잘 모르겠으나, 11층에서 수술을 하는 것보다는 중력이 더 많이 미치는 지표면과 가까운 층에서 수술을 하는 것이 조금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보호자에게는 이런 낮은 층수가 1층과 지하에 있는 병원 내 편의시설로의 접근성 면에서 좋다. 수술 전에 금식을 하고, 수술장에서 큰일을 치를 환자를 수술장에 넣은 대개의 가족들은 우선 식사를 하러 가는 것 같다.

미안함과 죄책감이 함께하는 시간이다. 개별자로서의 인간이 때가 되면 치러야 하는 자연스러운 행동일 뿐이다. 간병도 힘과 여유가 있어야 하니 보호자가 든든히 먹는 것은 환자를 위해 장려할 일이다. 수술장 옆 대기실은 공항 플랫폼과 비슷한 풍경이다. 불편한 의자가 있고, 그 옆에는 잡지 몇 권이 있고, 앞에는 큰 텔레비전 모니터가 있고, 옆 모니터에는 환자의 상태가 중간 이름이 가려진 채로 뜬다. 수술 중, 수술 종료, 회복실. 공항과 다른 점이 있다면 비행기가 지나다니는 탁 트인 전망이나 편의시설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 흔한 충전 장치도 없는데, 시설 사용료를 내지 않은 '제3자'에게는 어떠한 편의도 제공하지 않겠다는 치사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수술 예정 소요시간이 알려진다. 1시간, 2시간, 3시간, 4시간. 시간이 짧다면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라는 뜻이다. 시간이 길수록 어렵고 복잡한 수술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 이 수술 시간이 합병증의 빈도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은 짧게 걸려도 문제가 많이 생기는 수술도 흔하다. 예정 소요시간이 2시간이면, 이별한 환자와 수술장 밖에서 재회하는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수술장 입구에서 준비하고 대기하는 30분, 수술이 실제로 행해지는 수술방에서 마취하고 수술 준비를 하는 시간 1시간 남짓, 수술이 끝나고 마취를 깨우고 회복실에서 지내는 1시간 남짓을 더해야 한다. 2시간짜리 수술을 받는 환자가 실제로 수술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5시간 정도인 셈이다. 스마트폰을 할 줄 모르는 보호자들은 이 길고 무료하며, 묘한 죄책감으로 얼룩진 시간에 무엇을 하고 보내는지 늘 궁금하다. 대기실이라는 '구렁텅이'에서는 눈을 감고 여러 생각에 잠기거나, 눈을 떠서는 '수술 중'이라는 단어를 어떤 구원의 표식처럼 뚫어져라 보고 있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가족에게 닥친 이 시련의 의미는 무엇일까? 왜 나는 저 사람이 건강할 때 더 잘해주지 못했나? 그 사람의 고통을 어떤 식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인가? 이번에 회복하면 예전보다 더 잘해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환자가 수술장에서 다시 생명을 온전히 이어간다면, 가족들은 대기실이라는 공간에서 가족이라는 인연의 의미를 다시 매만진다. 강한 힘으로, 의무감으로, 회한으로.

구렁텅이에 빠진 사람에게는 떨어지는 모래알 하나가 큰 바위처럼 느껴지고, 이슬방울 하나가 가뭄에 내리는 단비처럼 고맙게 느껴진다. 그래서 정직한 말도 가끔은 냉혹한 일이 된다. 수술이 끝나고 보호자를 불러 설명할 때, 그 부분을 늘 조심하려고 한다.

"걱정 많이 하셨죠. 수술은 아주 잘됐습니다."


오흥권 분당서울대병원 대장암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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