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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단 3단보다 공룡이 더 좋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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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단 구구단을 / 열흘 동안 외우는 것보다 // 그림 그리는 것이 좋다 / 바흐 인벤션 연습도 좋다 // 머리뼈만 보아도 / 공룡 이름을 말할 수 있다 …… 3단 구구단을 / 외우지 않는 나는 // 문제아다 / 하나도 슬프지 않다" ('문제아')
한글, 구구단, 알파벳 외우기. 예닐곱 살이 지나면 피할 수 없는 도전 과제들이 있다. 세상 그것만큼 어려운 일도 중요한 일도 없게 느껴지나, 그리 스트레스 받을 일은 아니란 걸 알려줄 어른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사평역에서'의 곽재구(69) 시인의 첫 동시집 '공부 못했지?'는 일흔이 다 된 시인이 아이들에게 전하고픈 그런 생각들을 61편의 시에 그러모았다.
"외삼촌은 / 서른일곱 살인데 / 농부다 / 서울에서 대학도 나왔다 / 공부 못했지? / 내가 물으면 / 웃는다 // 외삼촌이 허수아비를 만들었다 / 다른 집 허수아비는 다 무서운 얼굴인데 / 외삼촌 허수아비는 웃고 있다 // 외삼촌 허수아비만 / 왜 웃어요? // 공부 못했지? / 외삼촌이 허수아비 곁에서 웃는다"
수록 시 '문제아'와 함께 표제작인 '공부 못했지?'도 그런 메시지를 잘 담았다. 시인은 '공부해라' 혹은 '공부 잘해야 한다'가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면 된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불필요한 경쟁에 노출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즐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연을 동심으로 읽어낸 대목들도 눈길을 끈다. 내리는 비를 모은 두 손을 보며 "손이 호수가 된다"고 비유하고, 무지개를 보며 "졸졸졸 강물에게 얘기하는 무지개가 보인다"고 표현한다. 펀그린 작가의 붓으로 그린 그림 44점이 시인의 마음을 보다 풍성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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