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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또 주전력선 끊겨...“위태로운 상황”

입력
2023.07.0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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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러, 원자로 지붕에 폭파물 설치해”
러 “우크라, 5일 밤 원전에 ‘더티밤’ 투하 계획”
양국 설전 가운데 원전 주전력선 끊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달 13일 수도 키이우에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만나 회담하고 있다. 키이우=EPA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달 13일 수도 키이우에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만나 회담하고 있다. 키이우=EPA 연합뉴스

방사능 유출 우려가 나온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에서 4일(현지시간) 주전력선이 끊기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오전 일찍 자포리자 원전과 외부 주전력선과의 연결이 단절됐다”고 밝혔다. 이날 새벽 1시쯤 원전에 연결된 750킬로볼트(kV) 고압 전력선 4개 중 마지막으로 하나 남은 선의 전력 공급이 끊겨 이달 1일 막 복구됐던 330kV짜리 보조 송전선 하나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자포리자 원전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터진 직후 러시아군에 점령됐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원자로 6기 모두 ‘냉온정지’ 상태로 전환되며 가동을 멈췄다. 이 때문에 외부에서 전력을 공급받아야만 사고 예방을 위한 조처를 할 수 있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외부로부터의 전력공급이 완전히 차단되는 상황은 모면할 수 있었지만, 이번 사건은 이 발전소의 위태로운 원자력 안전 및 안보 상황을 보여줬다"고 했다.

근래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운이 집중된 새 중심이었다. 이번 사건도 최근 두 나라가 상대를 겨냥해 ‘원전을 폭파하거나 공격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하던 가운데 발생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성명을 내 “러시아가 4일 자포리자 원전 내 원자로 2기 지붕에 폭발물로 추정되는 물체를 설치했다”며 “이 물체를 폭발시켜 우크라이나군이 포격을 가한 듯한 흔적을 남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최근 야간 화상연설에서 “(러시아는) 발전소가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공격당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계획을 꾸미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는 정반대의 주장을 폈다. 자포리자 원전을 접수한 러시아 원전 운영사 ‘로스에네르고아톰’의 레나트 카르차아 사장 고문은 오히려 ”우크라이나가 자포리자 원전에 방사성 폐기물 등을 채운 '더티밤'을 던지려 한다”며 '7월 5일 밤'을 그 날짜로 지목했다. 최근 원전 주변 일대가 러시아를 겨냥한 ‘대반격’ 작전에 나선 우크라이나군의 주요 목표 중 하나로 거론되기도 했다. 대규모 원자력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더 커진 셈이다.

앞서 IAEA는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공격 금지와 중화기·군인 주둔 금지, 외부 전력 공급 보장 등 원칙을 제시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단일 원전단지로는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전에서는 최근까지 포격 등 군사 활동이 지속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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