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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자의 마음으로... 그림 읽어주는 수녀 장요세파의 '그림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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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림을 접했을 때 유다와 예수님이 동시에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즉시 예수님일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눈빛 때문입니다. (...) 자세한 조사 결과가 있어야 단정 지을 수 있겠지만, 이 초상화는 어떤 실제 사람을 모델로 그렸다기보다 자신의 상상 속 인물일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 이에 대해 아시는 분은 제가 틀린 사실을 말했다면 언제든 정정해 주시기를 먼저 말씀드립니다. (53쪽)"
미술관의 커다란 캔버스 앞에 휑뎅그렁하게 홀로 서 있는 듯한 기분이다. 작품의 정확한 이해를 돕는 오디오 가이드 없이 온전히 시선으로만 화폭을 더듬으면서 말이다. 이 오롯하고 고독한 순간에 무슨 무슨 사조 같은 건조하고 정확한 지식이 끼어들 틈은 없다. 그림에 관한 짐작과 추정, 그리고 단순한 묘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작가가 작품이라는 세계 안에서 구현하고자 했던 내면과 만나게 된다.
장요세파 수녀의 책 '나의 창을 두드리는 그림'은 미술사적 지식이 빼곡한 여느 책들과는 다르다. '미술 묵상'이라는 표현처럼 작품을 통해 내면을 성찰하는 하나의 명상적 행위의 결과물로 읽힌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는 엄격한 수도회의 규율에 따라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저녁 8시까지 기도와 독서, 노동으로 수도하고 있는 수도자다.
지식의 관점이 아닌 지혜의 관점으로 저자가 읽어나가는 그림 하나하나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작가가 화폭에 담은 희로애락, 삶의 질곡과 환희, 승리와 패배가 모두 뒤섞인 하나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며 독자에게 깊은 치유와 위로를 건넨다. 그리하여 그림을 통해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것은 온전한 자기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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