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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며 즐기는 '워케이션'의 100% 꿀팁

입력
2023.07.05 11:20
수정
2023.07.05 11:32
27면
산책이 큰 보상이었던 루마니아 브라쇼브에서. 모아람 작가 제공

산책이 큰 보상이었던 루마니아 브라쇼브에서. 모아람 작가 제공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여행지나 호텔에서 일하고 여가를 즐긴다는 의미의 워케이션이라는 말이 있다.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며 살고 있고 이 순간에도 베트남 냐짱에서 글을 쓰고 있으니 지금 생활 방식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굳이 비교하자면 '디지털 노마드'는 정해진 근무지 없이 다음 체류지로 이동하는 연속적인 과정 속에 있는 쪽에, 워케이션은 기간을 정해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느낌에 가깝다.

지난겨울, 해외 구매대행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태국 치앙마이의 님만해민이란 동네에 모여 근접한 거리에 숙소를 잡고 매일 코워킹 스페이스(공유 업무 공간)로 출근하는 한 달짜리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다. 끼니때가 되면 같이 메뉴를 고르고, 해가 질 때쯤 함께 그날의 일터를 나섰으며, 저녁을 먹는 동안 일에 관해 이야기하고 주말이면 로컬 플리마켓에 다녀오는 등 거의 매일 붙어 지냈다.

유쾌한 추억과 사진은 퇴근 이후의 시간을 이용해 많이 남겼지만, 참여한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한 부분은 '몰입'에 대한 즐거움이었다. 신경 뺏길 일이 많은 일상에서 오롯이 일에 집중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므로 한 달 동안 다른 것에 연연하지 않고 마음껏 일에 파고들 수 있는 상황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더군다나 같은 업무를 하는 사람끼리 모였으니 자연스레 동기 부여가 됐을 것이다. 물론 가족을 두고 몇 주씩 낯선 곳에서 지낸다는 건 누구에게나 허락된 환경이 아닐 것이고 우리 모두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 시간을 소중히 여겼다. 떠날 날이 가까워질수록 시간을 아껴 쓰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몰입했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주변에 회사를 다니지 않는 프리랜서나 1인 기업가들 역시 워케이션이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라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평소와 다른 환경으로 옮겨 가서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일정. 그 기간을 이용해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밀린 일을 처리한 뒤 한결 가뿐해진 마음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초점이 일에만 맞춰져 있다간 자칫 몰입을 넘어 과로하기 쉬우니 효과적인 워케이션을 위해 명확하고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는 게 정말 중요하다. 워케이션의 핵심이라면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와 기분 전환, 그리고 사고의 확장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통해 다시 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줌으로써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중요한 것은 휴가 이전 일의 선행이다. 해야 할 일을 마친 것에 대한 보상으로 휴가를 즐기는 일정을 구성한다면 효율성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요즘 나는 며칠에 한 번 오일 마사지를 받으러 가는데, 일부러 시간을 정해두고 '몇 시까지 A와 B를 마무리하겠다'라는 마음으로 집중한다. 잠시 다른 것에 시선이 가더라도 시계를 보면 퍼뜩 정신이 돌아오는 걸 보면 아직 '퇴근 후 마사지받기'는 그 효력을 잃지 않은 듯하다. 그 외에 쌀국수 맛있는 집 가기, 보트 투어 등 여러 가지 차선책도 마련해 두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워케이션은 결국 당근과 채찍을 얼마나 조화롭게 구성하는지가 핵심이지 않을까? 어차피 잘 일하기 위한 거라면, 사심을 듬뿍 담은 보상을 넉넉히 준비해 두면 좋겠다. 물론 집중의 결과물로 매출이 오르는 것만큼 큰 보상은 없겠지만 말이다.


모아람 디지털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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