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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수 열 맞추고, 손 계속 씻고... 현대인의 강박 장애를 고치는 4단계

입력
2023.07.07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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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강박에 빠진 뇌'

여러 연구에 따르면 강박 장애는 뇌의 '꼬리핵' 부위에 생긴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제프리 슈워츠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약물 요법을 받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인지·행동 치료를 진행한 뒤 뇌의 사진을 대조했다. 왼쪽은 행동 치료를 하기 전 뇌 스캔 사진이고 오른쪽은 약물 요법 없이 10주간 행동 치료를 한 뒤의 뇌 스캔 사진이다. 저자가 책에서 제시하는 '4단계 행동 치료' 후 오른쪽 꼬리핵의 크기가 감소했다. 알에이치코리아 제공

여러 연구에 따르면 강박 장애는 뇌의 '꼬리핵' 부위에 생긴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제프리 슈워츠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약물 요법을 받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인지·행동 치료를 진행한 뒤 뇌의 사진을 대조했다. 왼쪽은 행동 치료를 하기 전 뇌 스캔 사진이고 오른쪽은 약물 요법 없이 10주간 행동 치료를 한 뒤의 뇌 스캔 사진이다. 저자가 책에서 제시하는 '4단계 행동 치료' 후 오른쪽 꼬리핵의 크기가 감소했다. 알에이치코리아 제공

"이건 내가 아니라, 강박장애일 뿐이야."

일상 속에서 사소한 강박에 시달리고 있는 이라면, 이 실용적이고 단단한 구호를 반드시 기억해두자. 가스레인지를 껐는데도 계속 확인하고 싶은 욕구, 손을 이미 씻었는데 또 씻고 싶은 느낌, 배우자가 나 몰래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망상을 도무지 제어할 수 없을 때, 이 마법같은 문장은 반복적인 강박이 실제로는 별 의미가 없으며 뇌에서 나온 잘못된 메시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한다.

'강박'. 원치 않는데도 계속 떠올라 괴로움을 주는 생각과 심상이다. 강박장애는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으로 나뉘는데, 20년 전만 해도 조현병으로 진단하기도 했을 정도로 오해를 많이 받는 질병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UCLA) 정신의학과 연구 교수이자 강박장애의 자기 주도 치료법의 권위자인 저자 제프리 슈워츠는 책 '강박에 빠진 뇌'에서 강박적인 생각에 이름을 붙이고, 고통받는 이들이 약물 없이도 스스로 생각을 관리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제프리 슈워츠 미국 캘리보니아대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연구 교수는 20년 넘게 강박장애의 인지·치료 연구에서 업적을 쌓아온 권위자다. 알에이치코리아 제공

제프리 슈워츠 미국 캘리보니아대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연구 교수는 20년 넘게 강박장애의 인지·치료 연구에서 업적을 쌓아온 권위자다. 알에이치코리아 제공

전 세계 인구 40명 중 1명꼴로 갖고 있는 강박장애. 냉장고 속 음료를 가지런히 정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소한 증상에서부터 혹시나 자신이 만진 지문이 살인 사건 현장에서 발견될까봐 낯선 물건을 만지지 못하는 불안까지, 강박장애의 형태와 내용은 다양하다. 환자들은 '별안간 자신이 미쳐서 하는 비정상적 행동'이라며 스스로를 탓하지만, 저자는 강박장애가 뇌의 생화학적 문제와 관련된 질환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른바 뇌의 자동 전환 장치에 결함이 있어 다음 생각으로 넘어가질 못한다는 것. 저자는 이를 '브레인 락'이라 부른다.

"내가 상대하는 적이 강박장애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면, 적은 힘이 빠지고 우리는 힘이 더 세진다. (79쪽)" 저자는 강박장애에 관한 기본적인 사실을 인지하여 치료하면 나아질 수 있는 질병이라는 점을 인식함으로써, 강박행동을 하고 싶은 충동을 극복하고 이를 대처·관리할 수 있다고 본다. 책에는 '인지·생물행동 자가 치료'의 구체적인 4단계 치료법이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는데, 저자는 "자신의 행동을 바꾸고 싶어하고, 바꿀 수 있게 도와줄 도구를 찾는 모든 사람을 위한 책"이라 자신한다.

1996년 미국에서 발행된 초판은 2010년 국내에 번역, 소개된 바 있다. 이번에 출간되는 책은 2016년 발행된 20주년 기념 특별판을 다시 낸 것이다.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하되, 그간 추가로 이루어진 연구를 통한 사례와 자료가 추가됐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이 '개정판'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20년 전에 발표한 4단계 치료법을 수정할 필요가 없다고 굳게 믿기 때문"인데, 책에서 제시한 치료법은 이제 강박장애 외래 진료의 표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한다. 원제 '브레인 락(brain lock)'.

강박에 빠진 뇌·제프리 슈워츠 지음·알에이치코리아 발행·416쪽·2만5,000원

강박에 빠진 뇌·제프리 슈워츠 지음·알에이치코리아 발행·416쪽·2만5,000원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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