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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개의 진심을 알게 한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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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신화 속 개의 이미지는 다소 모순적이다. 유년기의 그리스 주신 제우스를 지켜준 동물이 ‘골든 하운드(golden hound)’ 즉 개였고, 긴 모험 끝에 귀향한 오디세우스를 맨 먼저 반긴 게 충견 ‘아르고스’였다. 반면 하계의 신 하데스의 지옥문을 지키는 것도 악마 형상의 개 ‘케르베로스’다. 힌두 신화의 죽음의 신 야마(Yama)도 네눈박이 개 두 마리를 거느리고 다녔다. 개는 충직한 수호자이면서 섬뜩한 죽음의 사자였다.
개의 이미지는, 약 1만5,000년 전 회색늑대 중 일부가 처음 인간의 품에 든 이래 대체로 그렇게 엇갈렸다. 후자의 상징성은 물론 덜 사회화한 일부 종 일부 개체의 난폭한 공격 성향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 추정은, 문명과 비문명의 경계가 무척 허술했던 신화시대에 인간이 느낀 치명적 공포감의 대상이 왜 유독 개였어야 했는지를 충분히 해명하지 못한다. 어쩌면 그 공포는 개의 송곳니 때문이 아니라 침, 즉 광견병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고대 바빌로니아 법전에도 흔적을 남긴 광견병은 바이러스(Rabies virus)로 감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다. 감염된 동물에게 물리거나 긁혀 주로 감염되고 드물게는 눈이나 코 점막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 일단 감염되면 20~90일 잠복기 동안 바이러스가 중추신경계를 장악, 격렬한 분노와 환청, 마비 등 증상을 유발하고 끝내는 대부분 목숨을 잃는다. 그 병증을 고대인들은 신의 저주와 분노로 이해했다. 인류 일부가 지닌 ‘개 공포증(cynophobia)’도 어쩌면 그 기억의 흔적일지 모른다.
프랑스 생화학자 루이 파스퇴르가 1885년 7월 6일, 광견병에 걸린 개에게 물린 만 9세 소년 조셉 마이스터(Joseph Meister)에게 자신이 개발한 백신을 처음 주사함으로써 인류를 광견병의 공포로부터 해방시켰다. 파스퇴르 이후 개의 이미지는 빠르게 다정해졌고, 그의 백신 덕에 인간은 개의 진심을 비로소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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