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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윗배 통증 반복되면 ‘췌장암 씨앗’ 췌장염 의심해야

입력
2023.07.02 06:5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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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췌장염이 되면 췌장암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8배나 높아진다. 게티이미지뱅크

만성 췌장염이 되면 췌장암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8배나 높아진다. 게티이미지뱅크

심한 복통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췌장염’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췌장은 위 뒤에 있는 15~20㎝ 길이 장기로, 배꼽 주위부터 왼쪽 윗배와 옆구리에 가늘고 길게 뻗어 있다. 췌장은 인슐린 등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능과 소화를 돕는 효소를 분비하는 외분비 기능을 담당하는 장기다.

췌장은 몸속 아주 깊은 곳에 있어 췌장염과 췌장암 등 병이 발생해도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진단하기 어려운 ‘은둔의 장기’다. 특히 췌장 주변에는 위·간·비장과 복강동맥, 상장간막동맥, 간문맥 등 중요한 혈관이 자리하고 있어 췌장이 손상되면 신체 전체로 영향을 미친다.

급성 췌장염은 췌장 외분비 기능이 손상돼 소화 효소가 조기 활성화하면서 발생하는 급성 염증성 질환이다. 복부 통증이 가장 큰 특징으로, 명치부터 상복부까지 극심한 복통이 발생해 옆구리와 등까지 아프게 된다.

똑바로 누우면 복통이 심해지고 등을 구부리고 앉으면 복통이 완화되는 특징이 있다. 장 운동이 줄어들어 구역ㆍ구토ㆍ복부 팽만감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상훈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급성 췌장염으로 인한 복통은 마약성 진통제가 필요할 정도로 매우 강하며,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담즙이 굳어 만들어진 담석이 급성 췌장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담석이 괄약근에 박혀 췌관을 막으면 십이지장으로 배출되지 못한 췌장액이 췌장 세포를 손상시켜 염증을 유발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반복적인 급성 췌장염이 나타나면 검사로 유전성ㆍ자가면역성 췌장염은 아닌지, 선천성 췌관 기형이나 숨겨진 췌장암은 없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만성 췌장염은 급성 췌장염이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췌장 세포가 파괴돼 소화 기능이 크게 떨어지고, 인슐린 분비도 줄어 당뇨병이 발생하기도 한다.

만성 췌장염의 가장 큰 문제는 급성과 달리 췌장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췌장이 80% 정도 파괴될 때까지 증상이 없을 때가 많아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미 췌장이 상당히 손상됐을 가능성이 높다.

조인래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만성 췌장염 환자의 췌장암 위험은 일반인보다 18배까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만성 췌장염 발병 원인의 80%가 술 때문이다. 알코올이 췌장세포에 직접적 손상을 가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만성 췌장염은 뚜렷한 원인 없이 발생한다.(특발성 만성 췌장염)

만성 췌장염은 술 때문에 주로 발병하기에 금주나 절주가 예방의 최선책이다. 또한 금연과 함께 기름진 음식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다. 마늘이나 양파, 생강, 녹차와 같은 식품에는 항염증 작용이 있어 꾸준히 먹으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조인래 교수는 “췌장염은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급성 췌장염이 자주 재발하면 섬유화가 점점 진행돼 췌장 기능을 회복할 수 없는 만성 췌장염까지 이어진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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