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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새끼로 컸네" 푸틴은 왜 용병기업에 막강한 힘을 허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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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충견'이었다. 무장반란으로 '주인'을 위협하기 전까지는.
프리고진의 도발은 그가 만들고 키운 민간 군사기업(Private Military Company·PMC), '바그너그룹' 덕에 가능했다. 그는 10년 가까이 최고의 사설 용병을 키워 푸틴 대통령에게 제공했다.
프리고진의 반란은 '민간 용병의 딜레마'를 푸틴 대통령에게 새삼 부각했다. 당장의 군사·외교·경제적인 이득을 보기 위해 키운 세력이 자신의 목숨을 끊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민간 용병들을 강하게 통제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러시아 정부는 PMC와의 커넥션을 인정하지 않는다. 푸틴 대통령이 24일 프리고진과 반란 가담자들을 응징하겠다는 대국민 연설을 할 때도 '바그너그룹', '프리고진' 등은 직접적으로 입에 올리지 않았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러시아군 활동을 감시하는 인폼네이팜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러시아 안팎에서 많은 PMC가 러시아 정부를 위해 활동하는 건 기정사실이다. 러시아군 관련 정보그룹 몰파는 지난 3월 "34개국에서 37개의 러시아 PMC가 활동해 왔다"고 전했고, 우크라이나 팩트체크 매체 워드앤딥은 지난 1월 "12개 이상의 PMC가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PMC 상당수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해 크림반도를 합병할 당시 설립됐다.
그중 바그너그룹은 독보적이다. 공식 명칭은 'PMC 바그너'. 소년범 출신으로 푸틴 대통령과 2000년대 초반부터 친분이 있던 프리고진이 2014년 창설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분리주의자 분쟁에 개입하며 푸틴 대통령 신임을 얻은 뒤 본격적으로 세를 불렸다. 이후 이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투입되며 입지를 굳혔다. 전체 용병은 2만5,000~5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러시아에서 바그너의 활동은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오간다. 러시아 헌법은 '모든 국방 및 안보 문제는 국가가 관할하고, 법에 규정되지 않은 무장 조직의 설립 및 활동은 금지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국방부, 연방보안국, 정보국 등 국가기관과 계약을 맺은 PMC도 있지만, 바그너는 계약을 맺지 않았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바그너 용병을 '자원봉사자'로 불렀다.
모호한 법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바그너가 성장한 건 푸틴 대통령의 암묵적 지원 덕분이다.
우선 푸틴 대통령으로선 군사적 이득이 확실했다. △민간 용병은 위험한 현장에 부담없이 투입할 수 있다. 국가가 강제로 소집한 국민이 아니라, 자발적 의사에 따라 비즈니스 계약을 맺은 피고용인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를 비롯한 격전지엔 바그너 용병들이 배치됐다.
△정규군보다 병력 유지 비용이 싼 것도 장점이다. 인폼네이팜은 "용병들의 월 급여는 1,500~3,600달러(약 196만~470만 원) 정도"라며 "죽거나 다칠 위험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든다"고 전했다.
△용병의 사망·부상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도 이점이다. 러시아군은 바그너 용병이 사망해도 전사자로 집계하지 않는다. △공식 조직이 아니므로 용병이 저지르는 잔혹한 전쟁범죄에도 눈감을 수 있다. 바그너는 민간인 학살, 고문, 성폭행, 포로 살해 등 전쟁범죄 논란에 자주 휩싸인다.
사용자인 푸틴 대통령이 취한 외교적·경제적 이점도 컸다. △PMC는 안보 취약국이나 내전국에서 요인의 경호를 담당하거나 분쟁에 직접 개입한다. 군사 교육과 정치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보 작전도 수행한다. 이를 통해 러시아는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었다. △에너지, 광물 등 각종 이권 사업도 PMC를 통해 따낸다. CSIS는 "PMC는 러시아가 개발도상국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한다"고 짚었다.
PMC는 그 대가로 스스로 몸집을 키운다. 프리고진 또한 그랬다. 미 의회조사국의 앤드류 S. 보웬 분석가는 지난 3월 보고서를 통해 "프리고진은 아프리카에서 천연자원 접근권 등을 얻으며 경제적 이익을 챙겼고 개인적 영향력을 키우려 했다"고 분석했다.
프리고진의 반란은 푸틴 대통령과 전 세계 독재자들에게 '자칫하면 제 손으로 괴물을 키울 수 있다'는 교훈을 줬다. 프리고진은 대중적 존재감도 컸다. 퇴각을 위해 모습을 드러낸 프리고진에게 러시아인들은 환호했다. 그가 '차기 정권을 노린다'는 설도 꾸준히 흘러나왔다.
이에 푸틴 대통령이 민간 용병 기업 단속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다. 러시아 국방부는 바그너그룹 등을 휘하에 둘 목적으로 "7월 1일까지 국방부와 정식 계약을 체결하라"고 명령한 상태다. 러시아 언론 베도모스티 등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은 바그너 활동 규제 법안을 준비 중이다. 민간 용병 전반을 아우르는 입법에 착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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