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다정한 동물? 인간은 '전략적' 동물

입력
2023.06.23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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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자리ㆍ박한선 지음ㆍ바다출판사 발행ㆍ256쪽ㆍ1만6,800원

인간의 자리ㆍ박한선 지음ㆍ바다출판사 발행ㆍ256쪽ㆍ1만6,800원


“인간은 본성적으로 다정하다거나 이기적이라는 말은 모두 틀렸다. 인간은 생태적 환경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도록 진화한 전략적 동물이다.” 박한선(47)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는 인간을 ‘다정하게 진화한 동물’이라거나 ‘이기적 유전자가 인간 본성’이라고 정의하는 간명한 주장을 거부한다. 그에게 인간은 “맥락에 따라 행동을 바꾸는 전략적 동물’이다. 책 ‘인간의 자리’를 꿰뚫는 주제다.

가령 짝짓기의 경우 어떤 진화론자는 수컷은 오로지 많은 암컷과 짝짓기하기 위해 거짓과 기만을 활용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진화론자는 한 사람을 선택해 백년해로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지나친 전략주의 내지 사랑주의보다 “첫눈에 반해 서로 협력하며 평생 해로하는 성적 전략이 인류 진화사 내내 주류 전략이었다”고 설명한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저자는 사랑, 양육, 동성애 등 인간 행동에 담긴 전략, 그것이 진화한 생태적 맥락을 흥미롭게 설명한다. 가령 출산은 투자이고, 자식은 보험이다. 미래가 안정될 때는 투자를 줄이기 때문에 출산율이 줄어들 수 있다. 최근에는 동성애가 먼저 있었고, 이후에 이성애가 진화했다는 연구도 발표됐다. 동성 간 성적 행동은 무려 1,500여 종 동물에서 관찰되는 현상이다.

다만 모든 진화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 모든 현상의 원인을 다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잘 알지 못하면 그냥 내버려두는 것도 괜찮다.” 다만 전략적 이유를 일부 추론할 수는 있다. 흑고니의 경우 약 25%가 동성애를 보이는데, 암컷 한 마리와 수컷 두 마리가 삼인조를 이뤄 알을 낳고, 수컷은 힘을 합쳐 알을 키운다. 동성애 흑고니 짝의 새끼는 이성애 짝의 새끼에 비해 더 건강하게 살아남는다고 한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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