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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보다 낫네?"... '외교 정보단'은 어떻게 尹의 마음을 사로잡았나 [문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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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중월관계(베트남과 중국관계)는 경제적으로 협력하지만, 국익 사안에서는 첨예하게 갈등하는 관계에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22~24일)에 앞서 외교부가 이 같은 취지로 보고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양국관계는 물론이고 베트남의 최신 외교현안이 망라돼 있다고 합니다. 현장감 있는 내용 위주로 구성해 차별화를 갖춘 것은 물론이고 보고 방식도 이전과는 달랐다는데요.
외교부 정보 보고는 통상 '주재국 공관-외교부 담당국-차관실-장관실-대통령실'을 거쳐 대통령에게 올라갑니다. 자연히 절차가 복잡해 시간이 많이 걸리지요. 이를 마치 '패스트트랙'처럼 중간단계에서 시간을 끌지 않고 신속하게 대통령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바꿨다네요. 윤 대통령이 이처럼 외교부의 보고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외교부는 최근 '외교 정보단'을 꾸렸습니다. 각 지역국의 정보 동향을 취합해 대통령실과 공유하는 조직입니다.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INR)을 본 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것인데요. 윤 대통령의 '특별한' 지시가 있었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독일과 프랑스 관계에 대해서도 외교부의 보고를 받았는데 내용이 만족스러웠는지 "보고를 정례적으로 올리라"고 지시했다는 후문입니다.
사실 외교부의 정보수집이 새삼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외교부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아낀 애완견 '보'에 대한 정보까지 속속들이 파악해 정상 간 만남에서 덕담을 건넬 수 있도록 제언했습니다. 정상외교에서 사소한 인간적 관심사가 큰 물꼬를 트기도 하니까요. 미국과 긴급 협의가 필요하다는 동향보고를 받고 외교장관이 페루를 방문하고 있던 미국 국무장관과 '우연'을 가장해 만난 일도 있었습니다.
다만, 그동안 외교부가 올린 정보들이 체계적으로 보고‧분석되는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1980년대엔 외교부가 수집한 정보를 차관이 선별해 대통령에게 별도로 보고하는 '특별 보고'가 있었습니다. 이후 1991년 외무부 정책기획관실에 '정보과'를 신설했지만, 1995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활성화하면서 정보과는 없앴습니다. 이후 외교부의 국제정세 보고는 외교장관과 차관이 선별해 청와대(대통령실의 전신)에 올리거나, NSC에서 협의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습니다.
문제는 NSC에서의 협의가 '현장감'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2019년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다고 발표하기 직전, 주일대사관 실무급에서 일본의 경제보복을 우려한 외교 전문을 본부로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이 전문은 청와대 고위급에 전달되지 못하고 사장됐습니다. 현장상황에 밝은 외교관에게는 중요한 현안인 터라 부랴부랴 상부에 보고했지만, 올라온 전문을 선별하는 당국자들이 보기엔 일본의 반복된 압박성 움직임에 불과했던 것이죠.
그렇다면 해외정보 수집과 동향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국가정보원은 어떨까요. 국정원의 정보 취합방식은 휴민트(HUMINT·인간정보)에서부터 시긴트(SIGINT·통신 및 위성정보)까지 다양합니다. 자연히 외교부에 비해 수준 높은 정보를 취합할 것처럼 비치는데요.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합니다. 외교부만큼 해외 파견 인력이 많지 않은 데다, 상대국가의 기술 수준이 높으면 우리의 장비와 역량으로 충분한 정보를 수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을 예로 들어볼까요. 국정원 요원이 확보할 수 있는 휴민트에는 한계가 큽니다. 해외 주요 부처 출입권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인데요. 주미대사관 정무 업무를 맡아본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 주요 부처와 상시 협의를 할 수 있는 권한은 외교관만이 갖는다고 합니다. 국정원 요원은 백악관, 국무부, 의회 등을 출입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로 인해 국정원이 외교부보다 동향 파악이 느렸던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합니다. 더구나 국정원은 '어떤 국가도 아군이 될 수 없다'는 전제로, 외교부는 '어떤 국가와도 친구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로 활동하다 보니 같은 정보라고 해도 전혀 다른 분석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외국의 경우에는 주요 외교안보 부처에 아예 정보 관련 전담 조직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정부 내에만 16개 정보기관을 두고 있죠. 그중 국무부에는 정보조사국(INR)이 있는데, 필립 골드버그 현 주한미국대사와 현 중앙정보국(CIA) 국장인 윌리엄 번스가 이곳 출신입니다. 번스 국장은 자신의 저서 '막후 채널(The Back Channel)'에서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WMD)를 계속 생산하고 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INR 보고를 토대로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했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죠.
일본 외무성은 국제정보통괄조직이 방위성 정보본부, 총리실 내각정보조사실과 함께 정보분석을 합니다. 그런데, 이 조직은 위성정보까지 수집‧분석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교 전략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휴민트에만 주력하는 우리 외교부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죠. 인도네시아는 복수의 정보기관을 두고, 외무부 산하에 '특별 전략 이슈 및 데이터 분석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외교 정보단은 과거 '정보과' 수준에 미치지도 못합니다. 현재까지 외교부의 정보단은 정상회담이나 다자회의 계기 정세정보를 취합‧정리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국무부 INR과 일본 외무성의 전문성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죠. 정보단 TF가 별도의 조직 형태로 꾸려지거나 예산을 편성받은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관련 직원들은 업무 가중으로 그야말로 '곡소리'가 나는 실정입니다.
이에 외교부에도 정보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국가정보를 협의‧분석하는 '정보공유협의체'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다만 협의체를 활성화하려면 이제 막 TF를 구성한 외교 정보단이 제 역할을 해내야 할 것입니다.
외교 정보단은 과연 한국판 INR로 발전할 수 있을까요. 더 이상 부처 간 '칸막이 싸움'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 정부와 국가의 총체적인 정보 수집력과 분석력이 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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