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의 한 줄기 빛처럼 은하수는 깜깜한 밤하늘의 꿈”

빛 공해 가장 적은 도시... 별 보며 피서까지 금상첨화

입력
2023.06.20 17:00
수정
2023.06.20 17:2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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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 사진가 전제훈이 추천하는 태백 은하수 투어

함백산 자락 태백선수촌 부근에서 본 은하수. 빛 공해가 적은 태백은 이곳을 비롯해 7개 관광지를 은하수 보기 좋은 곳으로 홍보하고 있다. 니콘 Z7Ⅱ, 14-30렌즈를 사용해 감도 ISO4000, 조리갯값 F4, 30초 노출로 찍었다.

“일단 어둠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잠시 눈을 감아볼까요?” 전제훈 사진작가의 요청대로 눈을 감았다 다시 떴더니 거짓말처럼 하늘이 밝아졌다. 캄캄했던 밤하늘에 별이 총총하다. 지난 15일 오후 10시께 함백산 자락 태백선수촌 인근에서 전 작가의 안내로 은하수 사진 찍기에 도전했다.

전제훈(61)씨는 강원 태백·정선을 비롯한 경북 문경, 전남 화순, 충남 보령 등 탄광이 있는(혹은 있었던) 지역에서는 유명한 사진작가다. 1983년 함태탄광에서 광부 생활을 시작해 5년 전 정년 퇴임했지만 지금도 경동탄광으로 매일 출근하는 광부 사진가다. 요즘은 강원 삼척 도계읍 4,400m 지하 갱도에 들어가 마지막 광부의 모습을 찍고 있다.

광부 사진가 전제훈씨는 밤하늘의 은하수를 막장의 한 줄기 빛에 비유했다.


함백산 기슭 태백선수촌에서 은하수 찍기 도전.


태백선수촌 부근에서 찍은 은하수. 산 아래에는 안개가 깔리고,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다.


1985년부터 태백의 함박사진동호회에서 활동하며 탄광과 광부 기록사진을 찍어온 작가가 은하수사진을 찍기 시작한 건 2006년이었다. “은하수는 어두운 밤하늘을 보며 꿈을 키웠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그리워하게 하죠. 깜깜한 막장에서 작업하는 광부에게 한 줄기 빛은 은하수와 같습니다.” 그의 말대로 그날 밤 동남쪽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사선으로 ‘꿈의 강’을 이루며 흐르고 있었다. 어둠에 익숙해질수록 강줄기는 더욱 깊고 선명해졌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은하수 사진을 찍었다는 전 작가는 태백만 한 곳이 없었다고 단언했다. “전국에서 빛 공해가 가장 적은 곳이 태백입니다. 시내 중심부만 아니면 어디서나 편하게 별을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차 안에서도 볼 수 있으니까요.”

전 작가가 알려주는 은하수 사진 찍는 팁. 우선 2~3분간 눈을 감았다 뜨면 동공이 열리고 별을 볼 수 있는 시야가 확보된다. 은하수를 관찰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3~5월 새벽 2시께부터 여명까지다. 그러나 이때는 날이 춥고 시간대도 부적당해 특별한 목적이 아니면 권하기 어렵다. 6~8월엔 동남쪽 하늘에서 오후 9시께부터 다음 날 오전 2~3시까지 은하수를 볼 수 있다. 별을 감상하며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은하수 중심부가 지평선 아래로 약간 내려가기 때문에 전체 모습을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가로로 누워 있던 은하수는 날이 갈수록 세로로 방향을 틀어 10월이면 은하수 꼬리 부분까지 지평선 아래로 사라진다.

은하수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삼각대가 필수. 조리갯값 f2.8렌즈라면 감도 ISO3200에 초점거리를 무한대에 놓고 조리개를 완전 개방(최저로 낮춘)한 상태에서 20~30초 노출을 주면 된다. 셔터속도가 30초가 넘으면 별이 흘러 보인다.

강원 태백 통리 오로라파크의 고래 조형물을 배경으로 찍은 은하수. 전제훈 제공

태백시는 7개 주요 관광지를 은하수 보기 좋은 곳으로 소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함백산 은하수길이다. 해발 1,312m지만 차로 쉽게 갈 수 있는 위치다. 이 외에 함백산 자락 오투리조트(996m)와 태백스포츠파크(812m), 통리의 오로라파크(686m)와 탄탄파크(742m), 시내에서 가까운 구문소(540m)와 태백산 당골광장(865m) 등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7월 말에서 8월 초 은하수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이달 27일까지 서울 성수동 DDMMYY에서 이를 알리기 위한 팝업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태백 은하수 명소는 기본적으로 고지대에 위치해 별 보러 나서는 길이 피서나 마찬가지이다. 별이 없는 낮에 방문해도 좋은 여행지다. 구문소는 낙동강 발원지 황지에서 시작되는 황지천 하류에 위치한다. 구문(求門)은 굴·구멍을 발음대로 한자로 옮긴 지명이다. 이름처럼 커다란 암벽 굴 아래에 깊은 소가 형성돼 있다. 부근 석회암에는 물결자국, 소금흔적과 함께 두꺼운 퇴적층에 삼엽충, 완족류, 두족류 등 다양한 생물 화석이 발견된다. 전기 고생대의 지질과 생물상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바로 위에 위치한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에서 자세한 내용을 전시하고 있다.

태백 은하수 보기 좋은 곳 중 하나로 선정된 구문소. 고생대 생물 화석과 지질을 살필 수 있는 곳이다.


통리역 폐부지를 활용한 오로라파크.


눈꽃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오로라파크와 통리 마을 전경.


오로라파크는 2012년 폐쇄된 통리역과 부지를 활용해 철도와 별을 주제로 태백의 밤하늘을 이야기하는 테마파크다. 5개국(미국 스위스 호주 일본 중국) 고원 역사(驛舍) 모형을 세워 그 특징을 전시하고 있고, 별빛전시관에서는 영상으로 오로라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옆 눈꽃전망대에 오르면 13층 높이에서 오로라파크와 통리마을 전경, 맞은편으로 삼척 하이원추추파크와 통리협곡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무료입장이다.

태백 통리 탄탄파크는 폐갱도를 미디어아트 전시장으로 활용한 테마파크다.


태백 탄탄파크 폐갱도의 미디어아트. 산업화의 주역인 광부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태백 탄탄파크 폐갱도의 미디어아트. 산업화의 주역인 광부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인근 탄탄파크는 한보탄광 폐광 부지와 폐갱도를 활용한 테마파크다. 한때 드라마 ‘태양의 후예’ 세트장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지금은 2개 갱도에 조성한 미디어아트가 주요 볼거리다. ‘기억을 품은 길’ 갱도는 일루미네이션과 LED조명, 인터랙티브 영상 등으로 과거 산업화의 주역이었던 광부의 삶을 조명한다. 이 갱도를 통과하면 700m 고원 산책로가 이어진다. 동백산역 주변 풍광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고, 어린이 놀이터 등을 조성해 놓았다. 다시 ‘빛을 찾는 길’ 갱도로 들어서면 미디어아티스트 윤제호의 빛을 활용한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바깥에는 햇볕이 내리쫴도 갱도 안은 긴팔 셔츠가 필요할 정도로 서늘해 여름에 더욱 좋은 여행지다. 입장료는 9,000원이다.

태백=글·사진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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