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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숨어 있는 창조의 비결 '진화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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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최초로 발명한 사람이 1903년 라이트 형제일까. 비행기의 원리를 처음 그림으로 구상한 사람은 오백년 전 태어난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1877년 최초로 글라이더를 만든 오토 릴리엔탈도 영향을 미쳤다. 역사를 바꾼 발명과 혁신은 천재들의 고유한 발상이 아니라 수많은 우연이 축적되고 시대적 선택이 이뤄져 빚어진 결과물이라는 얘기다.
일본 디자인 전략가 다치카와 에이스케 게이오대 초빙교수가 지은 진화사고는 인간의 창의력을 자연생태계의 진화과정에서 찾은 흥미로운 책이다. 그는 건축가 구마 겐고의 제자로 ‘굿디자인상’과 ‘아시아 디자인상 대상’ 등을 수상한 일본의 떠오르는 혁신 아이콘. “진화론의 핵심 원리인 변이와 선택을 배우면 누구라도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그 주장의 핵심이다.
에디슨이 발명한 전구도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결과물이 아니다. 에디슨의 전구 이전에 가스등이 있었고, 그 곁에는 전신이 흐르고 있었으며, 가스등을 만드는 유리 성형 기술, 전기가 결합해 전구의 발명으로 이어졌다. 에디슨 이전부터 전구가 출현할 ‘변이’들이 생동했던 셈이다. 물론 에디슨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필라멘트 성능을 향상시키는 ‘선택’들을 1만번 이어간 끝에 전구를 발명했다.
많은 발명품이 세월을 두고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와 상황적 선택들에 의해 세상에 나왔다. 연필, 젓가락, 자물쇠, 의자도 그런 과정을 거쳐 발명됐다. 저자는 창의성을 발달시키기 위해 아홉 가지 ‘변이’의 방법을 소개한다. 원하는 상황을 모방하는 ‘의태’, 틀과 판을 바꾸는 ‘교환’, 기본 요소를 줄이는 ‘소실’, 비상식적으로 개수를 늘리는 ‘증식’ 등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보다 중요한 것은 발생의 가능성을 관찰하는 이해와 경의, 공감하는 태도다.
가령 2019년 9,107만 달러에 팔린 조각가 제프 군스의 작품 ‘래빗’은 풍선으로 만든 토끼를 ‘의태’한 작품이다. ‘손목에 있는 시계, 손목시계’ ‘여성을 위한 정장, 샤넬 정장’, ‘어린이 직업체험, 키자니아(직업체험 테마마크)’ 등은 창조적 이동의 사례다. 선풍기에서 ‘날개’를 없앤 다이슨 선풍기, 비행기에서 조종사를 없앤 ‘드론’ 등은 ‘소실’의 결과물이다. 더불어 예측, 해부, 생태, 계통 등 4가지 ‘선택’ 관점도 제시한다.
저자가 한국 독자들에게 남긴 서문도 인상적이다. 저자의 아버지가 재혼한 여성이 한국인. “한국을 가까이 느끼며 자란 만큼, 한일 갈등을 지켜보며 가슴앓이를 해왔다”는 그는 “한국과 일본 사회는 학벌주의 교육, 창조성의 단절, 저성장에 따른 침체 등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고 짚는다. 그는 적는다. “우리 모두는 생떼를 부리듯 창의력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작 창의력을 어떻게 개발하고 끌어내야 하는지 모르면서.” 창의력에 관한 전문성 있는 연구 결과는 아니지만 여러 분야에서 활약한 디자이너의 실용적이면서 흥미로운 관점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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