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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 힘든 야식 때문에 ‘젊은’ 이상지질혈증 크게 늘어

입력
2023.06.17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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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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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리서치 회사가 발표한 배달앱 이용 행태 조사(2022년)에 따르면 18세 이상 남녀 중 54%가 1주일에 한 번 이상 배달앱을 이용했다. 이용 시간대별로는 오후 5~9시가 69%로 가장 높았다. 배달이 아니더라도 먹방을 보면서 늦은 시간에 편의점 등에서 음식을 구매해 야식을 즐길 때가 흔하다.

야식을 자주 먹으면 아침에는 소화가 안돼 식욕이 없어지고, 밤에 음식을 먹게 되는 생활이 되풀이된다.

이 같은 생활 패턴이 반복되면 생체시계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돼 잠들기 전이나 잠자는 중에도 음식을 찾는 이른바 ‘야간식이증후군’을 겪을 수 있다.

이지은 인천힘찬종합병원 내과 센터장은 “밤에 열량이 소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잠들기에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고, 이상지질혈증을 비롯한 심혈관 질환과 소화기 질환, 역류성 식도염과 기능성 위장장애를 동반할 가능성이 크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야식을 즐기는 습관이 생기면 뇌가 음식을 먹었던 시간을 식사 시간으로 오인해 식욕 호르몬인 그렐린을 분비해 저녁 늦게 배고픔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특히 잦은 야식은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 분비를 감소시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야간식이증후군을 유발하며 결과적으로는 이상지질혈증에 걸릴 확률도 높인다. 최근 야식을 즐기는 젊은 층의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20세 이상 40%가 이상지질혈증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에 따르면 20세 이상 10명 중 4명이 이상지질혈증에 노출돼 있다. 환자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 식품 등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이 많은 음식 섭취가 늘고,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증가한 배달음식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이상지질혈증 환자는 2017년 188만 명에서 2021년엔 259만 명으로 38%가량 증가했다. 특히 야식을 즐겨먹는 10~20대 젊은 층 환자의 증가폭은 평균보다 훨씬 높았는데, 남성은 92.9% 여성은 105.7%나 증가했다.

이상지질혈증은 혈액에 지질(콜레스테롤·중성지방)의 양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쌓인 상태다. 보통 금식 후 혈액검사를 했을 때 기준으로 혈액 내에 총콜레스테롤이 200㎎/dL 이상, 중성지방이 150㎎/dL 이상,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은 160㎎/dL 이상 중 하나라도 해당될 때를 말한다.

단, LDL 콜레스테롤은 고혈압 동반 여부, 흡연, HDL 콜레스테롤 수치, 관상동맥 조기 발병 가족력, 연령 등에 따라 위험 요인이 구분되어 목표 수치가 환자 별로 달라진다.

이상지질혈증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방치하기 쉽다. 이상지질혈증으로 인해 혈관이 좁아지면 간혹 심장이나 목 뒷덜미가 찌릿찌릿해지거나 아킬레스건이 볼록해지지만 대부분 겉으로 봐서는 알 수 없다.

그러다가 적절한 치료 없이 장기간 방치하면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돼 동맥경화가 발생할 수 있고, 증세가 심하면 혈관이 꽉 막혀 뇌졸중ㆍ심근경색ㆍ협심증 등 심각한 심ㆍ뇌 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야식 삼가고 혈중 지질 농도 관리해야

이상지질혈증을 유발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지나친 야식과 잦은 음주 등 잘못된 식습관에 기인할 때가 많다. 흔히 야식으로 즐겨 찾는 치킨과 맥주, 피자, 라면, 햄버거 등은 대표적인 고칼로리, 고지방 음식이다.

또 고기를 먹은 뒤 밥이나 면을 추가로 먹는 경우도 흔하다. 이렇게 포화지방과 탄수화물이 결합된 식습관은 혈액 내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쌓는 지름길이다. 결국 나쁜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점차 높아지고, 피가 끈적해지면서 혈관 내 노폐물이 쌓여 이상지질혈증으로 된다.

이상지질혈증을 예방ㆍ치료하려면 식이요법을 통한 혈중 지방의 정상화가 중요하다. 하루 세끼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되도록 야식과 과식은 자제해야 한다.

식이요법의 핵심은 열량 섭취를 줄이고,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 섭취를 줄이고, 섬유소 섭취를 늘리는 것이다. 수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한 통곡물, 과일, 채소, 콩류와 등 푸른 생선 등은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농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식이 조절과 함께 하루 30분, 주 4회 이상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조깅, 수영, 등산 등 유산소운동은 혈중 지질을 줄이는데 좋다. 특히 중성지방은 적은 운동량으로도 쉽게 줄어들기도 한다.

이지은 센터장은 “식이요법과 규칙적인 운동에도 불구하고 혈중 지질 농도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적절한 약물 치료를 병행해 콜레스테롤의 합성을 막고 나쁜 LDL 콜레스테롤은 낮추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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