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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는 2030과 중도가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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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위험지대를 벗어난 뒤 재도약의 갈림길에 서 있다. 최악의 20%대(한국갤럽 기준)를 탈피해 30%대 박스권에 갇힌 채 긴 정체기에 들어간 상태다. 여당에선 곧 ‘마의 40%대’만 올라서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많다. 그러려면 지금이 대선 승리 초심으로 돌아가 국정전반을 재점검할 타이밍이란 얘기다. 집토끼는 올 만큼 왔으니 중도보수까지 끌어들일 액션이 뒤따라야 한다. 정체성부터 조정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가 맥락 없이 남발돼선 곤란하다. 그 방향성이 보편적 가치로서 구현돼야 할 것이다. 이승만 독재에 항거한 4·19혁명 기념사에서 윤 대통령은 “피로써 지켜낸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게 농락당해선 안 된다”는 거친 언사를 내놓았다. 5·18기념사는 “자유민주주의 위협세력과 싸워야 한다”고 했다. 건국이념을 중시하는 보수진영의 불분명한 자유와 전두환 신군부에 맞선 5·18이 어울리는지 의문이다. 언론자유가 우려되는 와중에 자기들만의 자유, 편의적 비약으론 중도 일반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헌법가치’ 고수야말로 본질 그대로 강조해야 한다.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대통령실이 임명 거부를 시사한 두 판사가 결국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명 제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삼권분립 취지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뼈아프게 인식해야 마땅하다.
내년 총선 국면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 감정적이고 대결적인 국정운영 기조가 변해야 중도보수가 반응할 것이다. 대통령의 즉흥적 심기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던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만큼 집권 2년차 기자회견에선 명확한 비전과 안정감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파격적인 개각 등 국정쇄신 의지가 느껴져야 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단호한 입장과 국민 이해를 구하는 투명한 설명은 물론, 이태원 참사 1주기 전에 유족들을 찾는 일은 어떻게든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사정도 마치 경쟁하듯 심각하다. 지난주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제1야당 대표를 불러 놓고 “미국 편들면 후회할 것”이란 협박성 발언을 서슴지 않은 것은 이재명 대표는 물론 민주당에 치명적 오점을 남겼다. 악재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이번 사태는 수권정당으로서 총체적 외교역량을 의심케 한다. 지난 정권은 ‘한반도 운전자론’을 설파하며 한중 외교에 힘을 싣고 새로운 동북아질서를 이끌었다. 중국대사에게 이용당하기까지 직전 집권세력으로서 독자적으로 축적된 대중국 인맥이나 정보라인은 없단 말인가.
’유능한 민주당’을 내세웠지만 ’정치검찰의 야당탄압’에 맞서느라 원내활동 역시 제대로 된 정부견제 활약상이 기억나지 않는다. 북한 무인기의 용산 대통령실 인근 비행금지구역(P-73) 침범을 추궁한 4성 장군 출신 김병주 의원이 있었지만, 과거 박지원 의원 같은 별도의 정보노하우로 따끔하게 정권을 지적한 사례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민주당은 ‘비대위형 혁신위’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핵심은 권리당원 만능, 강성팬덤의 폐해를 극복하는 일이다. 이는 ‘개딸’이나 이재명 대표의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 때 배타적 강성지지층이 당의 의사결정을 강요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 대통령조차 ‘양념’이라 말할 정도로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당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 부분을 도려내지 않는 한 중도층의 마음을 되돌릴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내년 총선은 보수로부터 이탈한 2030세대, 무주공산으로 남겨진 중도층이 여야 진영의 존폐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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