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원장 바뀐 뒤 아이들 급식 부실"
원장-학부모 고소고발 '못 돌아올 다리 건너'
원장 변호인 "교사, 학부모 주장 모두 허위"
"원장 불법 행위 못 찾아" 세종시도 무대책
세종의 한 국공립어린이집 원장이 교사ㆍ학부모와 정면충돌했다. 새로 온 원장이 어린이집의 잘못된 사업자등록번호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직원들과 충분히 의사소통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갈등이다. 돌봄 공백까지 발생했지만, 세종시는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세종시 관계자는 12일 “122명의 A어린이집 학부모로부터 김모(59) 원장 해임을 요구하는 민원을 받았다”며 “정확한 사태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또 국가인권위에도 원장 해임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냈다.
한 학부모는 “지난주까지 9명이 그만둔 데 이어 15~20명의 어린이들이 추가로 다른 어린이집을 알아보고 있다”며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최초의 어린이집, 입학 대기인원 수백명인 어린이집이 어떻게 하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몇몇 학부모는 아이를 등원시키지 않고 직접 돌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기준 해당 어린이집 현원은 66명이다.
앞서 A어린이집 교사 10여 명은 고용승계, 근로계약서 작성 문제 등을 놓고 원장과 대립하다 최근 집단 퇴사한 뒤 '돈가스 3kg으로 85명이 먹었다'며 급식 비리 의혹 등을 제기했다. 한 학부모는 “어린이집 급식이 맛나기로 유명했는데, 원장이 바뀐 뒤엔 아이들이 굶다 오는지 하원해서 먹는 양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원장과 퇴사 교사(학부모) 양측의 갈등은 김 원장이 A어린이집을 국세청에 사업자 재등록 과정에서 비롯됐다. 해당 어린이집은 국공립임에도 불구하고 2012년 10월 민간어린이집으로 등록된 뒤 운영돼왔고, 지난해 11월 원장이 새로 오면서 국공립으로 등록 전환, 서류 상으로는 다른 어린이집이 됐다.
세종시 관계자는 “교사들이 퇴사하고, 퇴직금을 받은 뒤 재입사하면 되는 일인데, 이 과정을 원장이 직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고, 거기서 비롯된 오해에서 갈등이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부실 급식 등을 이유로 원장 해임을 건의했지만, 폐쇄회로(CC)TV 영상 등에서 관련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태 해결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교사들의 대화 내용 수집과 녹음으로 맞서고 있는 원장은 학부모들을 업무방해로 경찰에 고소했고, 학부모의 지원을 받는 교사들은 면직 가처분 신청 및 직장 내 갑질과 강요, 협박 등으로 원장 맞고소에 나섰다. 어린이집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조심스럽고 또 조심스러운 관계가 원장과 학부모 사이"라며 "모두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말했다. 김 원장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대륜의 변호인은 “교사들과 학부모의 주장은 모두 허위”라며 “차차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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