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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붕괴, 우크라에 기회 됐나... “3곳 이상 전선서 동시다발 대반격”

입력
2023.06.09 2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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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파르트-2 전차·브래들리 장갑차 등 대거 동원
"대반격 주요 지점 아니고 러시아군도 침수 타격"
러, 홍수 이재민 대피소도 공격... 구조 활동 저지

8일 댐 붕괴로 침수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에서 주민들이 보트를 타고 대피하고 있다. 헤르손=로이터 연합뉴스

8일 댐 붕괴로 침수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에서 주민들이 보트를 타고 대피하고 있다. 헤르손=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점령지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대반격을 본격화하고 있다. 남부 헤르손주(州) 카호우카 댐 붕괴로 우크라이나의 군사 작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과는 달리, 오히려 러시아군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하는 등 예상외의 양상으로 전쟁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댐 폭파가 우크라이나군에 ‘의외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서방 제공 기갑차량 대거 등장... "사실상 대반격 시작"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이날부터 자포리자주, 도네츠크주, 루한스크주 등 3개 이상의 전선에서 러시아군을 공격했다. 독일산 주력전차 레오파르트-2, 미국산 브래들리 장갑차, 프랑스산 보병전투차량 AMX-10 등 서방이 제공한 기갑차량들이 작전에 대거 등장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수위가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NYT는 “미국 등 서방에서 특별 훈련을 받은 병력 일부도 가세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대반격 개시 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사실상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WP는 “러시아 점령군 축출을 위해 우크라이나군이 오랫동안 준비해 온 반격을 시작하면서 서방의 지원을 계속 받기 위한 전쟁의 중요 국면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롭 리 미국 포린폴리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NYT에 “새로운 여단 중 일부가 (전선에) 투입된 것으로 보이며, 대반격은 실제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도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작전이 본격화한 듯하다고 진단했다.

8일 우크라이나 루한스크주(州)의 크레민나 전선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군을 향해 유탄발사기를 쏘고 있다. 크레민나=AP 뉴시스

8일 우크라이나 루한스크주(州)의 크레민나 전선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군을 향해 유탄발사기를 쏘고 있다. 크레민나=AP 뉴시스

러시아군도 '댐 붕괴' 타격... "우크라에 유리한 카드 됐다"

이러한 상황은 다소 뜻밖이다. 6일 새벽 카호우카 댐 파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의 헤르손 상륙 저지를 위해 일대를 침수시키려는 목적에서 저지른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고, 대반격 속도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았다. 러시아의 ‘사전 대응’이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의 작전 수행엔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가디언은 “대반격이 우크라이나 남·동부의 최전방에서 시작됐고, 러시아 점령지를 공격하려면 드니프로강을 건너야 한다. 작전 실패의 리스크가 큰 헤르손은 애초 주요 공략 지점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WP도 자포리자가 반격의 핵심 지역이라며 “평지로 이뤄져 진군이 편하고, 탈환 시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 간 연결을 끊을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댐 붕괴가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유리한 카드일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보고서에서 “헤르손에 주둔 중인 러시아군의 방어 요새가 (홍수로) 파괴됐고, 무기도 손상되는 등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러시아 포병부대도 초소엔 일부만 남고 후퇴했다. 가디언은 “댐 재건까지 러시아 진지 일대는 습지 지형이 될 텐데, 이는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의 사보타주(비밀 파괴 공작)에 유리한 조건”이라고 짚었다.

이재민 대피소 공격한 러시아...구조대 막아서기도

8일 우크라이나 적십자 자원봉사자들이 이틀 전 댐 폭파로 침수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내 러시아 점령지에서 거동이 불편해 대피하지 못한 노인을 구조하고 있다. 헤르손=AP 연합뉴스

8일 우크라이나 적십자 자원봉사자들이 이틀 전 댐 폭파로 침수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내 러시아 점령지에서 거동이 불편해 대피하지 못한 노인을 구조하고 있다. 헤르손=AP 연합뉴스

하지만 군사 작전 이외의 측면에서 보면, 댐 붕괴에 따른 우크라이나 피해는 막대하다. 드니프로강 일대 정착촌 30여 곳이 침수돼 최소 14명이 사망했고, 약 6,000명이 피난길에 올랐다. 최소 5,000㎢ 면적의 농지가 사막으로 변하고, 수십만 명이 식수난을 겪게 됐다.

게다가 러시아군은 홍수 대피소까지 공격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 인근 우크라이나 관할구역 내 대피소에 포격을 가해 자원봉사자 등 9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미국 CNN방송은 침수된 헤르손주 지역의 68%가 러시아군 점령지인데, 이들은 우크라이나 구조대에까지 총격을 가하며 구호 활동을 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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