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의 '대반격' 결국 개시됐나… 러 "도네츠크서 대대적 공격"

입력
2023.06.05 20:00
수정
2023.06.05 21:1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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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 대대적 공세… 격퇴했다"
우크라 "가짜뉴스" 첫 공식 반응… 긴장 고조

4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에서 바흐무트 방향으로 구축된 러시아 진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도네츠크=로이터 연합뉴스

4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에서 바흐무트 방향으로 구축된 러시아 진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도네츠크=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4일 이른 오전부터 대대적 공세를 개시했다." (러시아 국방부 성명)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시작됐다고 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는 부쩍 러시아에 빼앗긴 자국 영토를 되찾기 위한 반격이 임박했다고 강조해 왔는데, 실제로 이에 해당하는 공격을 받았다고 러시아가 먼저 공개한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점령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남부 전선 5개 지역에 대규모 공격을 가했으나, 이를 격퇴하며 방어했다는 게 러시아군의 주장이다.

반면 관련 언급을 자제해온 우크라이나는 이날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 대반격 작전이 진짜 개시된 것인지, 러시아 발표대로 실패한 것인지, 모두 불분명하다. 다만 정황상 대규모 공격을 시도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장의 긴장이 끝없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4일 우크라이나군 차량이 하르키우 지역의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 도로를 따라 달리고 있다. 하르키우=로이터 연합뉴스

4일 우크라이나군 차량이 하르키우 지역의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 도로를 따라 달리고 있다. 하르키우=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군 250명 사살"... 러 '성공적 방어' 주장

러시아 타스통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고르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2개 전차 대대와 6개 기계화 대대를 동원해 도네츠크주에서 공격을 펼쳤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들 판단에 가장 취약한 구역에서 방어선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3일 "대반격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의 피해가 클 수 있다고도 예고했다. 러시아 주장을 믿는다면, 젤렌스키 대통령이 '준비됐다'고 공언한 바로 다음날,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 작전이 실패했다고 못 박았다.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 약 250명을 사살하고, 전차 16대, 보병전투차 3대, 장갑차 21대를 파괴했다"고 상세히 밝혔다. 군 지도부가 작전 상황을 잘 통제하고 있음을 부각하려는 듯, 우크라이나군 공세 격퇴 당시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이 전방지휘소 중 한 곳에 머물고 있었다고도 설명했다.

'침묵' 영상 올린 우크라... '대반격 개시' 정황 곳곳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이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게시한 영상에서 군인들이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고 있다. 그는 "말은 불필요하다. 그것은 해가 될 수 있다"는 짤막한 글을 남겼다. 레즈니코프 장관 트윗 캡처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이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게시한 영상에서 군인들이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고 있다. 그는 "말은 불필요하다. 그것은 해가 될 수 있다"는 짤막한 글을 남겼다. 레즈니코프 장관 트윗 캡처

우크라이나는 대반격 개시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다만 우크라이나 군 대변인은 러 국방부의 주장과 관련, "우리는 그러한 정보가 없으며, 어떤 종류의 가짜에 대해서도 코멘트하지 않는다"고 5일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대반격'을 정의하거나 선언하지 않았을 뿐, 이미 관련 작전은 시작됐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4일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에서 29건의 충돌이 있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 성명이 나온 뒤, 우크라이나 전략커뮤니케이션 센터가 "러시아가 대반격, 대반격의 방향, 우크라이나군 손실 등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려고 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도 '대반격 시도가 있었다'는 우회적 인정으로 읽힌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4일 CNN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반격 작전으로 중요한 영토를 탈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발언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대반격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포착됐었다. 최근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본토 벨고로트를 비롯, 수도 모스크바까지 포격과 드론 공격이 가해졌다.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에 앞서 러시아군을 동요시키고 내부를 불안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공격하는 것'이란 분석이 우세했다. 우크라이나는 해당 공격과의 연관성을 굳이 부인하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침묵은 '전략의 일환'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4일 트위터에 군인들이 '쉿' 하는 소리와 함께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는 영상을 게시하며 "말은 불필요하다. 그것은 해가 될 수 있다"는 짤막한 글을 남겼다.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그간 "(대반격을 하더라도) 개시 선언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초기 작전 실패에 당황해 입을 닫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에서 촬영한 사진에 러시아군 로켓이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되는 장면이 담겨 있다. 하르키우=AP 연합뉴스

4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에서 촬영한 사진에 러시아군 로켓이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되는 장면이 담겨 있다. 하르키우=AP 연합뉴스

대반격이 사실이든 아니든, 전쟁은 더 거칠어지는 양상이다. 러시아인으로 구성된 친우크라이나 민병대 '러시아 의용군단(RVC)'은 4일 벨고로트 지역 급습 뒤 러시아군 10여 명을 생포했다고 밝히면서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러시아 자치공화국인 체첸의 지도자 람잔 카디로프는 4일 "7만 명의 체첸군이 (출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대비, 전력 재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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