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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감사원 감사대상서 빼자"... 2001년 한나라당 주장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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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녀 채용 특혜 의혹을 규명할 주체를 둘러싼 선관위와 감사원 간 대립이 여야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선관위를 향해 연일 감사원의 직무감찰 수용을 압박하고 있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 감사가 자칫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 중립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선관위를 둘러싼 논란이 일 때마다 양당의 접근 방식은 그다지 일관적이지 않았다. 여당일 때와 야당일 때 각각 다른 주장을 펼치면서 서로 공수전환을 반복해 왔다.
선관위가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받는 것이 적절한지는 30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 정부의 감사원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선관위를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하는 문구를 법에 넣을 것인가를 두고 여야 간 격론이 벌어졌다.
그해 12월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야당인 민주당 정기호 의원은 "야당의 활동내용이 전부 감사원에 의해서 감사가 될 수 있고, 잘못되면 야당의 활동을 제약하는 탄압 요소와 독소조항이 될 수 있다"면서 선관위를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주장했다. 반면 여당인 민주자유당(현 국민의힘) 이인제 의원은 "(선관위는) 대법원이나 국회나 헌법재판소와 같이 직무상 독립을 가지는 어떤 권력을 관리하는 기관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나도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는) 선관위 직원들의 로비를 받은 일이 있다"면서 야당 주장을 선관위의 로비 결과로 의심하기도 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여야는 1995년 쟁점 사안을 재논의하자는 합의 각서를 쓰는 조건으로 원안을 통과시켰지만, 재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에는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1994년과 정반대 주장을 들고 나왔다.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던 이재오 의원 등이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에서 선관위를 제외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그해 12월 18일 법사위 회의에는 이재오 의원 안이 올랐다.
최연희 한나라당 의원은 "감사원이 관여하는 것은 자칫하면 정부나 핵심 권력으로부터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선관위 공무원들은 공정한 선거관리에만 전념하도록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선관위나 더불어민주당의 주장과 판박이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의 조순형 의원이 감사원 엄호에 나섰다. 조 의원은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관이라고 하더라도 행정작용에 대해서는 직무감찰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며 "국회, 법원, 헌재 공무원에 대해서도 감사원이 직무감찰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때도 여야 입장이 갈리며 법안은 처리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에도 공수가 또 바뀌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소속인 장세환 의원 등 10명은 그해 7월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에서 선관위를 제외하는 내용의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진척 없이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과거 사례를 보면 여당은 대통령 직속기구인 감사원의 권한을 강조하는 편에 섰고, 야당은 정권이 감사원을 통해 선거 관리를 담당하는 선관위에 입김을 행사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선관위와 감사원에 대한 양당의 철학 차이가 존재한다기보다 당시 위상이 여당이냐, 야당이냐에 따라 입장이 바뀌었던 셈이다.
일각에선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기구인 점을 문제 삼는다. 감사원이 법원이나 국회 같은 독립기관이 되면 선관위를 감사하더라도 정권의 입김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에 2018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는 감사원을 완전한 독립기구로 만드는 방안이 포함됐지만, 국회의 개헌안 폐기로 없던 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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