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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발사 발목 잡을 장마와 항저우…김정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문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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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가급적 빠른 기간 내에 발사를 단행할 것
북한 국가우주개발국 대변인, 지난달 31일 군사정찰위성 시험 발사 실패 후
마음은 급하고 머릿속은 복잡할 겁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이야기입니다. 2년 반 동안 준비한 야심작인 '군사정찰위성 1호기'가 지난달 31일 발사 직후 차디찬 서해 바다로 곤두박질쳤기 때문이죠. 추락과 함께 김 위원장의 향후 계획도 꼬여 버렸습니다.
체면을 구긴 김 위원장은 하루라도 빨리 로켓을 다시 쏴 올리고 싶은 심정일 겁니다. 반면, 또 한 번 실패하면 심각한 문책을 당할 수 있는 과학자들의 속내는 다르겠죠. 신중하게 조사·정비한 뒤 2차 발사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할 듯합니다.
과연 김 위원장은 언제 다시 발사 버튼을 누르게 될까요. 또, 북한의 '위성 발사'를 불법으로 규정한 국제사회는 어떤 압박 전술을 구사할까요. 한층 더 복잡해진 북한의 2차 위성 발사 시나리오를 정리했습니다.
북한이 6월 중 2차 발사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장마'와 '항저우 아시안 게임'을 핵심 이유로 꼽습니다. 날씨와 스포츠 이벤트가 김 위원장의 마음을 급하게 할 것이라는 얘기죠. 북한에서는 보통 7월 초 장마가 시작돼 한 달간 궂은 날씨를 보입니다.
북한이 1998년 '광명성 1호' 이후 지금껏 인공위성을 발사했다고 공식 발표한 건 모두 6차례였죠. 이 가운데 7월에 쏴 올린 사례는 없었습니다. 다만, 우리 군은 북한이 2006년 7월 비공식적으로 위성을 발사한 것으로 보는데 이 시도는 실패했다고 판단합니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전기(낙뢰)를 띤 먹구름 낀 날씨에서 로켓을 발사하면 정전기 현상이 발생해 실패 가능성이 높아진다"면서 "로켓 안에는 수많은 전장품이 탑재되는데 전기적 손상을 입으면 오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불안정한 대기 상태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위성을 발사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죠.
오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 게임도 조기 재발사 가능성에 힘을 실어 줍니다. 북한은 코로나19가 유행한 지난 3년간 국경을 잠그고 국제무대에서 모습을 감췄죠. 그런 북한이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대규모 선수단과 응원단을 보낼 전망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6월 위성 발사, 7월 전승절(정전 기념일) 7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 등 군사 이벤트를 몰아서 한 뒤 8월 이후 국제 스포츠 대회 참여, 국제기구 또는 중국·러시아와 교류 협력 강화 등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게 북한의 계획일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일정을 맞추려면 위성을 이달 안에 발사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특히 북한의 탄도 미사일 기술력은 이미 검증됐기에 빠른 보완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죠.
하지만 위성 재발사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로켓의 '심장'인 엔진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1차 발사 실패 직후 이를 자인하며 "2단 발동기(엔진)의 시동(점화) 비정상으로 추진력을 상실해 서해에 추락했다"고 설명했죠. 또, 신형 엔진의 신뢰성과 안정성이 떨어진 점을 사고 원인으로 본다고도 했습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 정도 실패를 하면 보완하는 데 최소 4~6개월은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아무리 '속도전'에 능하다 해도 몇 주 안에 실패 원인을 찾아 이를 고치는 건 어렵다는 것이죠. 실제 북한은 2012년 4월 '광명성 3호기' 위성을 쐈다가 궤도 진입에 실패한 일이 있었는데요. 8개월이 지난 12월이 돼서야 다시 발사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서둘렀다가 2차 발사마저 실패한다면 이를 밀어붙였던 김 위원장의 위신도 바닥에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2차 발사가 어렵다면 북한은 준비를 마칠 때까지 다른 패를 하나씩 내놓을 수 있습니다. 군사 도발로 국제사회의 이목을 붙들려고 할 것이라는 예상이죠. 북한의 마지막 무력 도발은 지난 4월 13일 화성 18형 시험발사였습니다. 벌써 두 달 가까이 됐죠.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화성 18형 등은 여전히 개발 단계여서 추가 시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사일을 쏠 때마다 위성 발사 명분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대외 선전전과 대내 결속을 동시에 꾀하려 할 것이라는 예측이죠.
김 위원장이 어떤 시나리오를 택하든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은 고조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정부나 국제사회도 이를 보고만 있지는 않을 텐데요. 조현동 주미 한국대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북한은 2차 발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어떤 발사도 응분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습니다.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북한의 모든 발사 행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말대결' 외에 북한을 곤란하게 만들 마땅한 대응 카드가 없다는 게 고민입니다. 우선 안보리가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 속에 대북 압박 기능을 상실했죠.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감싸기가 더 노골화됐기 때문입니다. 실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무력 도발을 계속 해왔음에도 안보리 차원의 대응은 좀처럼 나오지 못하고 있죠.
결국 한미일이 합심해 북한 도발에 맞서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실제 3국 국방장관은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만나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규탄했죠. 또,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를 3국 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계를 연내 가동하기로 했습니다. 박 교수는 "한미일이 서해에서 높은 수준의 공동 훈련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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