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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위상의 문제"... 선관위·감사원 '특혜채용 감사' 정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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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감사원의 충돌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선관위 직원 자녀 채용 특혜 의혹과 관련한 감사원 감사 문제를 두고서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는 국가공무원법상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며 선관위가 감사 거부 입장을 최종 확정하자, 감사원은 즉각 감사활동을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도 국정조사, 검찰 수사를 촉구하며 선관위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권이 선관위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선관위는 2일 노태악 위원장 주재로 긴급 위원회의를 연 뒤 “선관위원 전원의 일치된 의견”이라며 감사원 직무감찰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최종 입장을 확정했다. 선관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국가기관 간 견제와 균형으로 선관위가 직무감찰을 받지 않았던 것이 헌법적 관행이고, 이에 따라 직무감찰에 응하기 어렵다는 것이 위원들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다만 국회 국정조사,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수사기관 수사에는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날 시작된 권익위 조사와 별개로 선관위 직원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까지 범위를 확대한 가족 채용 전수조사를 이달 중 조기 마무리하기로 했다. 선관위는 또 경찰에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진 박찬진 전 사무총장 등 간부 4명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채용 과정에서 부적정하게 업무를 처리한 공무원 4명에 대한 징계 의결도 내주 요구할 계획이다.
선관위가 유독 감사원 감사만큼은 받을 수 없다고 버티는 건 선례를 만들 경우 선관위의 독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치자금이나 선거 등과 관련한 문제에까지 감사원이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면 선관위가 정치권의 입김에 휘둘릴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 선관위는 그간 감사원의 회계감사는 받으면서도 직무감찰만큼은 수용하지 않았다. 일례로 지난해 대선 사전투표에서 불거진 ‘소쿠리 투표’ 논란 때도 감사원 직무감찰을 거부했고, 감사원 감사는 불발됐다. 헌법상 감사원 감사 범위에 선관위가 빠져있고(제97조), 국가공무원법에도 '인사사무 감사를 선관위 사무총장이 한다'(17조)고 명시돼 있다는 게 명분이 됐다.
감사원은 선관위가 감사 수용불가 입장을 최종 확정하자 발끈하며 이번만큼은 직무감찰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선관위가 자료제출 거부 등으로 감사를 무력화할 경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감사원은 "그간 선거관리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감사를 자제해 온 것일 뿐, 선관위도 감사 대상"이라며 입장문을 통해 선관위 발표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감사원법은 '국회·법원 및 헌법재판소를 제외한 행정기관을 직무감찰 대상으로 한다'(제24조)고 규정하고 있는데, 선관위는 직무감찰 예외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2016년 인사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선관위 공무원과 2019년 경력채용 응시자의 점수를 부당하게 처리한 선관위 공무원에 대해 각각 징계요구를 한 사실을 공개했다.
특히 선거사무 또한 "기본적으로 행정사무에 해당하고, 선관위는 선거 등에 관한 행정기관이므로 감사 대상"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소쿠리 투표' 논란과 관련해서도 "선관위로부터 자체감사 결과를 제출받아 그 감사 결과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 감사가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한 인사사무뿐 아니라 선거사무까지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여권은 연일 선관위 때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선관위의 감사 수용 불가 입장 확정과 관련해 "터무니없는 행동을 즉각 중단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김 대표는 국민의힘 전국 당협위원장 워크숍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선관위가 감사를 받아들이고 들이지 않고 할 권한 자체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앞서 원내대책회의에서 “감사원법조차 오독해 조사기관을 ‘쇼핑’하듯 고르는 것은 일말의 반성도 없이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은 여권의 전방위 공세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선관위 길들이기 차원으로 의심하고 있다. 노태악 위원장이 김명수 대법원장 지명 몫으로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현직 대법관이고, 선관위원장 임명도 김 대법원장의 뜻이어서 야권 성향 인사로 분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김 대법원장의 마지막 대법관 후보 추천을 앞두고 김 대법원장 흔들기 차원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국민의힘 내에선 선관위가 권익위 조사 등은 수용하면서도 유독 감사원 감사만 거부하는 것부터가 선관위의 정치적 편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이 민주당 출신인 만큼 권익위의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틀 전 노태악 위원장은 국민 앞에 고개 숙이며 ‘외부 기관과의 합동 전수조사’를 약속하지 않았나"라며 "애당초 외부기관이 권익위만을 뜻한 것이라면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대국민 거짓말을 한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자신들의 치부가 모두 드러날까 뒤늦은 걱정에 태도를 바꾼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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