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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데이터 확보는 성과지만... 사건 은폐했던 도쿄전력의 신뢰성이 관건

입력
2023.06.01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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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시찰단 결과 발표 의미는

유국희(가운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문가 현장 시찰단장과 시찰단 참여 인사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에서의 주요 활동들을 브리핑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유국희(가운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문가 현장 시찰단장과 시찰단 참여 인사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에서의 주요 활동들을 브리핑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시설에 대한 한국 정부의 시찰은 처리 과정이 설계대로 작동하는지를 직접 확인하고, 그간 확인하지 못했던 미가공 자료를 확보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다만 일본이 일방적으로 제공한 정보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시찰의 한계'도 명백하게 드러난 상황이라, 1차 발표만으로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확보 데이터, IAEA 자료보다 구체적"

유국희 시찰단장(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31일 브리핑을 통해 "시찰 과정에서 오염수의 다핵종제거설비(ALPS) 입·출구 농도 원천 자료(미가공 로데이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 1회 수행된 ALPS 입출구 농도분석 결과(삼중수소·탄소14 및 제거대상 62개 핵종)에 대한 자료 △검출 이력이 많은 10여 개 핵종에 대한 주 1회 단위 입출구 농도 자료(올해 4월분) △ALPS 운영 이후 주요 고장 사례 및 조치 사항 자료 등이다.

시찰단이 확보한 로데이터는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넘긴 자료보다 오히려 구체적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IAEA도 ALPS의 처리 전 데이터는 확인하지 않는다"며 "전후 농도 비교를 통해 ALPS 성능을 확인하는 게 핵심이라고 판단해 관련 자료를 요청해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 과정

후쿠시마 원전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 과정


설계대로 설치됐다면 믿을 수 있나

이와 함께 시찰단은 데이터 조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도쿄전력의 '영업기밀 자료'까지 직접 열람했다. '시찰' 형태로 얻을 수 있는 대부분 자료들을 확보했거나 약속받은 셈이다. 한국형 원전 개발 책임자를 지낸 이병령 전 원안위 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미가공 자료는 개별 국가가 접근하기 어려웠던 자료"라며 "미가공 자료를 내줬다는 것은 일본이 자존심을 구기면서도 호의적으로 양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설계도와 실제 설비가 같다는 점을 확인한 부분을 성과로 꼽는 전문가도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오염수가 설계대로 관리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면,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확인은 끝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은 2011년 사고 당시 하루에 300톤씩 3년간 정화되지 않은 오염수가 배출됐지만, 한국에 영향은 없었다"며 "일본이 국제사회에 인정되는 수준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오염수를 방류한다는데, 우리가 (시료채취 등) 그 이상을 요구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가 31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일본 방사성 오염수 시찰단 결과 발표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가 31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일본 방사성 오염수 시찰단 결과 발표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핵심은 신뢰... 도쿄전력을 믿을 수 있나

그러나 이번 시찰단 활동이 후쿠시마 원전에 대해 오랜 기간 누적된 여론의 불신을 쉽사리 떨쳐내기 어려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지적받는 부분은 시료를 직접 채취하지 못했다는 점. 후쿠시마 원전 운용 주체인 도쿄전력은 2011년 3월 사고 당시 핵연료가 심각하게 녹아내렸음에도 "멜트다운(원자로의 노심이 녹은 것)이 아니다"라고 은폐했던 당사자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도쿄전력은 믿을 수 없으니, 우리가 직접 시료를 채취해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IAEA도 도쿄전력이 떠다 준 물을 그대로 가져간 것이고, 시찰단 역시 직접 시료를 채취하진 못했다"며 "(시찰단이) 직접 어떤 탱크의 오염수를 볼 것인지를 정하고, 최소 몇 천 리터는 떠서 검증을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데이터가 대표성, 신뢰성을 가지려면 더 많은 양의 물을 최소 일주일 이상 가동한 이력을 봐야 한다"며 "이번에 받은 데이터가 가장 필터 성능이 좋았던 때의 연 1회 데이터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종 결과 발표를 IAEA의 최종보고서 이후로 늦추며 책임을 피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유 단장은 최종 결과 발표 시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추가 분석과 확인이 필요하고 정부 간 질의를 통해 받아야 할 자료도 있다"며 "IAEA 진행 상황을 주시하면서 반영할 수 있는 게 있으면 반영하고 참고해야 완결성을 더할 수 있다"고 답했다. 결국 IAEA가 최종보고서를 내놓은 뒤에 한국 시찰단의 최종 결과가 나온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최경숙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는 "IAEA 보고서 이후 IAEA에 동의한다 정도의 의견을 내는 것은 국제기구 뒤에 숨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최동순 기자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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