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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 여성 몸의 해방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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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페미니스트들에게 ‘브라(Bra)’는 억압의 상징이었지만,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말기의 여성들에게는 코르셋에서 몸의 일부를 해방시킨 혁명적 발명품이었다. 1889년 5월 30일, 프랑스 여성 속옷 업체 카돌(Cadolle)사가 파리 세계박람회에 코르셋을 둘로 나눈 ‘코슬릿 고즈(corselet-gorge)'를 출품했다.
프랑스어로 몸통 등을 의미하는 브래지어가 여성 속옷 상의란 뜻으로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된 것은 1911년이지만, 패션 잡지 등 매체들이 이 단어를 쓰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부터다. 1893년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의 ‘이브닝 헤럴드’가 이 단어를 처음 사용하였다.
브라의 원조는 기원전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흔적이 있다. 미노아-미케네 문명은 ‘마스토이데스(mastoeides)’라 불린 가죽끈 지지대로 가슴은 도드라지게 노출하고 그 주변만 감싼 여신을 조각으로 남겼다. 약 3000년 뒤인 4세기 로마 여성들은, 거꾸로 부푼 가슴을 조여 굴곡을 없애는 반도(bandeau)를 애용했다고 한다. 그 경향은 종교적 금욕주의가 중시된 중세시대 내내 이어졌다. 16세기 이후 르네상스 시대는 여성의 육체를 통해 예술적 아름다움과 에로티시즘을 구현하고자 했다. 그림과 조각 속 여성들은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를 과시했고, 현실의 여성들도 자신의 몸을 형틀 같은 코르셋에 가둬야 했다. 코르셋은 억압인 동시에 해방, 즉 여성성에 대한 중세적 억압에 대한 반동의 산물이자 상징이기도 했다.
19세기 말 등장한 브라는, 대립적 두 경향의 잠정적 균형-절충인 셈이지만, 기능성과 패션성 등을 둘러싼 대립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고, 아예 존재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체형에 따라 예외는 있겠지만, 현대 의과학은 브라를 꼭 착용해야 할 의학적 필요를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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