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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엠폭스’?… 비슷한 듯 다른 수두ㆍ대상포진ㆍ농가진

입력
2023.05.28 18: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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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가 제공한 엠폭스 이미지. 투과 전자 현미경으로 감염된 세포(파란색) 내 엠폭스 입자(빨간색)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가 제공한 엠폭스 이미지. 투과 전자 현미경으로 감염된 세포(파란색) 내 엠폭스 입자(빨간색)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엠폭스(MPOX·옛 이름 원숭이두창) 확진 환자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방역 당국은 엠폭스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수포성 발진만 보면 엠폭스부터 떠올리는 상황이 됐다. 수포성 발진은 수두와 유사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외형만 보고 수두ㆍ대상포진ㆍ농가진 등 다른 수포성 질환과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수두, 합병증 위험 높아 사망에 이르기도

수두는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VZV)에 의한 급성 감염 질환이다. 피부 병변에 직접 접촉하거나 비말(飛沫) 등 호흡기 분비물이 공기를 통해 감염된다.

잠복기(10~21일)를 거친 후 가려움증을 동반한 발진이 얼굴ㆍ팔ㆍ다리 등 온몸에 퍼진다. 1~2일이 지나면 붉은 발진이 염증성 물집(수포)으로 모습을 바꾼다. 이때부터 피부 병변에 전염력이 생기므로 격리해야 한다.

병변이 모두 딱지로 변하면서 자연 치유된다. 성인은 발열 및 전신 증상이 어린이보다 심하게 나타나고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높다. 또한 임신 초기에 감염되면 선천성 기형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백신 접종으로 예방되는 질환이다.

박경찬 의정부을지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수두는 공기 중 강한 전파력을 지니므로 다른 사람과 접촉을 피해야 한다”며 “면역력이 낮으면 뇌수막염ㆍ폐렴 등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높고, 사망에 이를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대상포진, 방치하다간 실명 위험

수두를 앓은 사람도 방심하면 안 된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몸속에 잠복해 있던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돼 피부 발진뿐 아니라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대상포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상포진은 특정 부위에 국소적인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초기에는 피곤함, 발열, 몸살 등 전조 증상을 보이다가 흉부ㆍ허리 등 몸통 한쪽 부위에 가려움증ㆍ통증을 동반한 띠 모양 붉은 발진이나 수포가 생긴다.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면 항바이러스제 같은 간단한 치료만으로 통증이 완화된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안면신경이나 청신경, 뇌수막까지 침투하면 안면마비ㆍ이명ㆍ뇌수막염이 발생할 수 있으며, 눈 주위에 발생하면 실명에 이를 수도 있다.

또한 치료 후에도 바늘로 찌르는 느낌, 불에 타는 느낌, 만성통증 등 극심한 통증(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지속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김형균 의정부을지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대상포진에 걸리면 바이러스로 인해 신경세포가 손상되므로 피부 발진이 사라진 후에도 신경 분포를 따라 다양한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며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악화하면 만성적으로 통증이 지속되므로 발병 초기에 약물 요법, 신경 차단 요법(신경 치료) 등 다양한 치료로 통증을 조절해야 한다”고 했다.

◇농가진, 항생제 무작정 바르면 증상 악화

무더운 여름철에 걸리기 쉬운 ‘농가진’은 전신에 분포하는 모양이 엠팍스와 흡사하다. 농가진은 전염성이 매우 높은 박테리아 감염성 피부 질환으로, 어린이와 영ㆍ유아에게 쉽게 전염된다. 세균이 감염돼 발생하는데, 무력증ㆍ발열ㆍ설사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농가진은 주로 6세 미만 어린이에게 발생한다. 발열ㆍ설사를 동반한 크고 작은 물집이 전신 곳곳에 퍼지는데, 이때 두꺼운 딱지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패혈증이나 폐렴, 뇌수막염이 동반되면 사망할 위험도 있으므로 빨리 치료해야 한다.

농가진은 주로 진물 접촉으로 전파되는데 코ㆍ입 주위, 팔, 다리에 작은 물집이나 붉은 반점으로 시작해 물집이 터지면서 두꺼운 딱지로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림프선이 붓거나 발열, 인후통 등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박경찬 교수는 “농가진은 두창ㆍ수두 등과 원인 및 감염 경로는 전혀 다르지만 수포 등 피부 병변 형태가 비슷한 편”이라며 “집에서 보관하는 일반 항생제 연고를 임의로 바르면 내성으로 증상이 악화할 수 있으므로, 되도록 빨리 병원을 찾아 전문의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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