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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루스 배로 대양을 건넌 민족학자

입력
2023.05.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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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 토르 헤위에르달(Thor Heyerdahl)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콘티키 박물관'에 전시된 'Ra-' 복제선. 위키피디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콘티키 박물관'에 전시된 'Ra-' 복제선. 위키피디아

파피루스(Cyperus papyrus)는 ‘나일강의 선물’이라 불리는 여러해살이 사초과 식물이다. 유럽 남부와 서남아시아 아프리카의 강가 등 습지에 주로 서식하며, 고대 이집트인들이 파피루스로 종이 대용품을 만들어 쓰면서 ‘종이(paper)’란 말을 낳은 식물로 유명하다. 1~5m까지 자라는 줄기를 얇게 찢어 물에 불린 뒤 엇갈리게 펼쳐 말린 파피루스는 양피지보다 내구성은 덜해도 훨씬 싸고 가벼워 고대 기록문화의 번성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파피루스는, 농경문화권의 볏짚처럼, 이집트뿐 아니라 지중해 등 여러 문명권에서 밧줄도 땋고 그릇 등 생활용품도 만들고 심지어 배를 짓는 재료로 활용됐다. ‘갈대배’라고도 불리는 파피루스 배는 내구성과 방수성 등 제약 때문에 큰 파도가 없는 해안가 고기잡이배 정도로 활용됐다고 알려져 왔다.

하지만 노르웨이 민족학자 토르 헤위에르달(Thor Heyerdahl, 1914~2002)은 그 통념을 부정했다. 그는 목조 범선이 등장하기 전 고대인들은 파피루스 배로 대양을 넘나들며 문명을 교류했다고 주장하며 그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여러 차례 재현 모험을 감행했다. 이집트-멕시코 문명의 피라미드의 유사성과 문화적 교류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파피루스 배(Ra-Ⅰ)로 대양 항해에 나섰다가 ‘설계 결함’으로 실패한 그는 1970년 5월 17일 새로 만든 파피루스 범선 ‘Ra-Ⅱ'로 지중해 모로코를 출발해 57일 만에 대서양 4,000마일을 항해해 카리브 국가 바베이도스에 도착함으로써 고대 지중해 문명과 중남미 문명의 교류 가능성을 입증했다. 앞서 1947년에는 통나무 뗏목으로 페루를 출발해 101일 만에 남태평양 폴리네시아에 도착하기도 했다. 태평양 해류와 바람을 근거로 그는 폴리네시아 원주민이 동남아시아에서 도래했다는 통설과 달리 남미에서 건너온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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