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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백골과 함께 2년 5개월... 가족들 연락은 메시지 11개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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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난 것 같지만 끝나지 않은 사건이 있습니다. 한국일보 기자들이 사건의 이면과 뒷얘기를 '사건 플러스'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형법상 사체유기죄는 7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진다. 보호를 받는 노인을 방임하면 노인복지법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어머니 시신을 백골 상태로 2년 넘게 집에 방치하고, 생전 아픈 어머니를 방임한 딸을 법원은 선처했다. 어머니 앞으로 나온 국민연금 급여와 기초연금을 부당 수령한 사실까지 드러났지만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이다. 그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한 검찰도 이례적으로 항소를 포기하면서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딸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었길래, 법원과 검찰은 교도소로 보내지 않고 집으로 돌려보냈을까.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A(48)씨는 2016년 9월 23일부터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어머니 B(사망 당시 78세)씨와 단둘이 살았다. 6남매 가운데 셋째 딸인 A씨를 제외하면 모친을 찾아오는 자녀는 없었다. A씨의 언니인 둘째 딸만 가끔 연락했을 뿐 다른 자녀들은 연락도 하지 않았다.
A씨는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정기적으로 병원에 데리고 가서 당뇨병 약을 처방받았다. 병원에서 어떤 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어땠는지, 무슨 음식을 먹었고 상태가 어땠는지를 메모하면서 보살폈다. 생활은 어머니가 지급받는 월 60만 원 정도의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으로 했다. 어려운 형편은 B씨의 몸상태가 양호했을 때는 괜찮았지만 건강이 급속하게 악화하면서 큰 부담이 됐다. B씨는 2020년 8월 2일부터 움직이거나 음식을 먹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다. A씨는 어머니를 병원으로 데려가려고 했지만, B씨가 '돈이 없으니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면서 집에 머물게 됐다.
나흘 뒤인 2020년 8월 6일 오후 11시 50분쯤 자신의 방에서 깜박 잠이 들었다가 깬 A씨는 B씨가 있는 안방으로 갔고 숨을 쉬지 않는 어머니를 발견했다. 놀란 A씨는 B씨 휴대폰으로 형제자매에게 전화했으나 아무도 받지 않았다. B씨의 둘째 딸 등에게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음성메시지를 남겼으나 답은 없었다.
혼자 남겨진 A씨는 경찰에 신고하거나 사망사실을 지자체에 알리지 않았다. 어머니 시신은 안방에 그대로 방치됐다. A씨는 어머니 앞으로 나오는 국민연금 급여와 기초연금으로 생활하면서 전화를 차단하고 집에 찾아오는 사람이 있어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B씨가 사망한 지 2년 5개월이 지난 올해 1월 11일 B씨의 넷째 딸이 경찰에 신고하고 119 구조대가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B씨의 시신은 백골이 된 참혹한 모습이었다. B씨가 숨지고 백골 상태로 발견될 때까지 2년여간 그의 휴대폰으로 온 자녀들의 연락은 둘째 딸의 문자메시지 10통과 음성메시지 1통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2021년 4월 1일이 마지막이었다.
법원은 지난달 14일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대신 이례적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망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채 부정한 방법으로 연금을 수령해 죄질이 나쁘다"면서도 "피해자가 돈 때문에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다 숨진 상황에서 다른 가족과 연락이 되지 않자,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함께 죽어야겠다는 생각에 장례를 치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검찰도 항소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A씨의 집행유예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검찰은 "피고인은 피해자를 수년간 홀로 보살폈고 피해자 사망 후 가족들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하자 고립된 생활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에게 범죄 전력이 없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만장일치로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검찰시민위원회 의견을 존중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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