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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 그늘 속엔 그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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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기구한 삶을 산 여인이 있다. '아Q정전'으로 알려진 문학가이자 근대중국을 대표하는 사상가 루쉰(1881~1936)의 부인, 주안(1879(추정)~1947). 이름을 봐도 모르겠다면 당연한 반응이다. 루쉰의 삶에서 주안은 지워진 존재였다.
주안은 저자의 표현대로 '구식 여성'이었다. 글을 읽을 줄 몰랐고 청나라 악습인 전족을 풀지 않고 평생 종종걸음을 걸었다. 어머니의 뜻에 따라 주안과 1906년 결혼한 루쉰은 주안을 어머니의 선물 정도로 취급했다. 루쉰은 말했다. "나는 그를 부양할 뿐 사랑 따위는 모르는 일이네."
루쉰은 근대에 발을 딛고도 결혼에서는 구체제의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신여성' 쉬광핑과 아이를 낳고도 주안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않는다. 주안은 평생 루쉰의 그늘에 살았지만 그의 곁에 가지 못했다. 죽어서도 루쉰과 합장하지 못했다.
그녀의 기록은 역사에서도 희미하게만 남았다. 루쉰이 죽은 뒤 생활고에 빠진 주안이 루쉰의 유물, 유품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지인들이 이를 말리자 "나도 루쉰의 유물이라네! 나도 좀 보존해주게나!" 라고 외친 일이나 스스로를 '땅에 떨어진 달팽이'로 비유한 데에서 그녀가 느낀 통한의 감정을 희미하게 추적할 수 있을 뿐이다.
주안의 유일한 평전인 '나도 루쉰의 유물이다-주안전'을 읽는 의미는 단순하지 않다. 루쉰의 생애의 이면을 들여다 보는 시도를 넘어 한 여성을 굴레에 가두었던 전근대의 유습을 비판적으로 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주안 한 사람만의 비극이 아니라 그녀의 뒤에는 새 시대와 낡은 시대의 교체 속에서 역사로부터 버림받은 여성 군상이 있다"면서 이 작업의 의의를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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