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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들인 기사들이 읽힌다

입력
2023.05.10 18:00
수정
2023.05.10 21:0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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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의사 캐슬 3058'에 호평과 뜨거운 반응
이분법 벗어나 의료 현실을 입체적 조명
온라인 구독 시스템이 긍정적 영향 이끌어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한국일보 홈페이지에서 '의사캐슬 3058' 시리즈 기사를 볼 수 있다. 홈페이지 캡처

한국일보 홈페이지에서 '의사캐슬 3058' 시리즈 기사를 볼 수 있다. 홈페이지 캡처

또 그 소리였다. 요즘 기사들은 서로 베껴 다 비슷비슷해 읽을 게 없다는, 오래전부터 떠돌던 비아냥들. 지난주 한 모임에서 만난 어느 선배는 ‘기레기’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으나 그런 류의 비하와 불신을 스스럼없이 드러냈다. 그에게 혹시 온라인으로 구독하는 매체가 있냐고 하니, 아니나 다를까 없다고 했다. 포털에서 AI가 제공하고 편집하는 기사들만 주로 접하고 있던 터였다.

그런 이야기들이 오갈 때 본보가 홈페이지와 포털 뉴스 채널에 주요하게 배치한 기사가 ‘의사 캐슬 3058’ 시리즈였다.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5부에 걸쳐 17편의 기사가 나간 이 시리즈는 사람 생명을 살리는 필수 의료과들이 무너지고 있는 현장 등을 밀착 취재해 대한민국 의료시스템 전반의 실태와 문제점을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기사를 읽은 독자들의 댓글은 뜨거웠다. “건국 이래 이토록 필수 의료 의사들에게 관심을 가져준 적이 아마도 없을 것”(수도권 대학병원 교수) “읽는 내내 현타가 오면서 눈물이 났다”(수도권 종합병원 간호사) 등 현장 의료진의 진심 어린 반응도 기획팀 취재진에게 쏟아졌다고 한다.

이 기사들은 선악 구분의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나 젊은 의사들이 필수 의료를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 등을 여러 측면에서 균형감 있게 다뤄 자칫 가독성이 떨어질 수도 있었다. 기사 분량이 적지 않았던 데다, 선망과 질시를 동시에 받는 의사에 대한 대중적 인식과도 거리를 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자들은 중립적이고 객관적 시각에서 의료 현실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뤘다는 호평을 쏟아냈다. 의대 정원 확대와 의료 수가 인상이라는 해묵은 대립 구도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처방을 주문하는 기사들도 읽기 쉽지 않았지만, 댓글창은 누리꾼들의 대토론장을 방불케 했다.

실제 이 시리즈 기사들은 지난 한 주 내내 본보에서 가장 많이 읽혔다. 실시간으로 조회수를 보여주는 내부 차트에서 이 시리즈 기사들이 1위를 포함해 상위권을 도배했다. 공들인 만큼 독자들이 알아보고 평가하고 반응해준 것이다.

물론 사안 자체가 자극적이거나 정치적 인화성이 큰 기사들의 조회수가 높은 것도 여전하다. 하지만 예전에는 낚시성 제목이나 자극적인 기사들에 묻히기 십상이었던 공들인 기사들에 대해 독자들이 적극적으로 화답하는 선순환의 경로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듯하다.

이는 네이버가 메인 화면의 뉴스 편집권을 포기하고 뉴스 채널을 구독 형태로 바꿔 채널 편집권을 언론사에 일임한 이후에 일어난 변화 중 하나다. 한국일보도 네이버 채널 구독자가 400만 명을 넘어가는 등 안정적인 독자층을 확보하면서 더 이상 낚시성 제목으로 독자를 유인할 이유는 사라졌다. 스토리텔링형의 좋은 제목과 이를 뒷받침하는 충실한 기사, 타 매체와 차별화된 기사들이 구독을 유지하거나 늘리게 만드는 힘이다. 반면 낚시성 혹은 베끼기 기사는 구독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포털의 뉴스 채널 구독자를 홈페이지 구독자로 전환시키는 게 힘든 과제여서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온라인 구독 시스템이 과거 신문 구독처럼 언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하지만 매체를 정해 구독하지 않고, 포털 AI가 제공하는 기사들만 보는 독자라면 이런 변화를 알지 못한다. 여전히 낚시성 혹은 자극적 제목의 기사들을 클릭했다가 ‘기레기’ 타령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에게 아직은 미덥지 못하더라도 신문을 구독해 찾아 읽는 게 기사의 질을 높이는 가장 기본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어떤 이들의 세계관 속에선 언론은 늘 '기레기'여야만 한다. 모든 것을 언론 탓으로 돌릴 수 있어서다. 그들의 저주 속에서도 언론은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송용창 뉴스2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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