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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 위기, 기후위기만큼 위험하다

입력
2023.04.27 16:38
수정
2023.04.27 16:4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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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하리 지음ㆍ김하현 옮김ㆍ463쪽ㆍ1만8,800원

요한 하리 지음ㆍ김하현 옮김ㆍ463쪽ㆍ1만8,800원

독서는 지난 400년간 인류의 삶과 사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도구였으나, 현대 사회에서 그 위상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미국인의 약 57%가 1년간 책을 단 한권도 읽지 않는다. 영국 소설시장 규모는 2008~2016년 40%가량 쪼그라들었다.

독서의 위기는 현대인이 겪는 집중력 붕괴를 보여주는 수많은 지표 중 하나다. 영국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는 책 ‘도둑맞은 집중력’에서 말한다. “집중력 위기는 개인에게만 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긴 시간 문제에 집중할 시민의 능력을 잃으면 온전히 기능하는 사회를 만들 능력을 잃게 된다."

과학자들이 관찰한 결과, 미국 학생은 평균 65초에 한 번씩 하는 일을 바꿨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성인이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시간은 3분에 그쳤다. 어떤 일에 집중하다가 방해받은 뒤 다시 집중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약 23분. 애플이 측정한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하루 평균 3시간 15분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인은 하루 종일 집중과 비집중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상태다.

현대인이 겪는 집중력 상실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거대 정보기술(IT)기업들이 돈을 벌기 위해 우리 집중력을 낚아챈 결과다. 거대 IT기업은 이용자들을 자신의 서비스에 가둬 놓기 위해 자극적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만들고, 쉼 없이 광고를 내보낸다. 저자는 “권력자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하도록 내버려 두어도 우리 집중력은 어떻게든 살아남을 거라는 생각은 순진하다”고 일갈한다. 인종차별, 노동권 보장,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싸웠듯, 집중력을 되찾기 위해 권력과 맞서야 하는 순간이 지금이라고 주장한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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