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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가 쓴 동화책, 상실을 겪어야 할 아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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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한 세계 ‘토지’를 빚어낸 한국 문학의 어머니 박경리(1926~2008)가 아이들을 위한 단편소설을 썼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 작은 이야기에 남편과 아들을 잃은 내밀한 아픔을 녹여냈다는 사실도. ‘돌아온 고양이’는 고(故) 박경리 선생이 1957년 발표한 단편소설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각색하고 그림을 곁들여 다시 출간한 그림책이다.
감당하기 힘든 아픔을 인내와 희망으로 극복하는 박경리 특유의 서사가 여전하다. 1950년 6ㆍ25 전쟁에서 아버지를 잃은 열네 살 선주. 어머니마저 일을 위해 선주를 떠나 서울로 상경한다. 애써 명랑하고 씩씩한 척하지만, 부모를 향한 그리움을 삭인다. 그런 선주의 동생 민이가 산에 들어갔다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마저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는다.
실의에 빠진 선주를 위로하는 건 할머니가 사온 고양이. 만날 수 없는 어머니와 동생을 향한 그리움을 고양이를 안으며 달래지만, 어느 날 고양이마저 실종된다. “엉엉 우는 선주의 울음소리는 고양이를 핑계 삼아 모든 시름과 외로움을 울어 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라졌던 고양이가 돌아오고 어머니가 선주를 데리러 나타나면서 선주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걸린다.
6ㆍ25 전쟁, 동생의 갑작스러운 죽음, 어머니와의 이별 등 소재가 묵직하다. 이 애달픈 이야기를 아름답게 전달한 끝에 감동까지 자아내는 건 어디까지나 작가가 박경리라서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언젠가 마주해야 할 이별과 상실, 그 시간을 견디면 언젠가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5월 5일 박경리 선생의 기일에 맞춰 출간됐고, 선생의 문학적 고향인 원주 출신 원혜영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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