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돈 봉투 전당대회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을 탈당하고 즉시 귀국해 검찰 수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2일 머물고 있던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연 그는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이 저에게 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당시 일정상) 캠프의 일을 일일이 챙기기 어려웠다”며 돈 봉투 의혹을 몰랐고 윤관석·이성만 의원으로부터 보고받은 적도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자신의 캠프가 연루된 의혹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인정한 것은 당대표를 지낸 정치인으로서 지당한 일이다. 나아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녹취록에 따르면 송 전 대표가 관련 사실을 보고받았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검찰 수사에 협조해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기 바란다.
그러나 민주당의 반응은 너무 한가하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23일 “송 전 대표의 즉시 귀국과 자진 탈당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는데 마치 당과 직접 상관이 없는 문제라는 투다. 돈을 뿌려 당권을 매표하려 했다는 의혹은 전직 대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당내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문제다. 2008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의 돈 봉투 살포가 이미 사법부의 유죄 판단을 받았는데도 아직 관행으로 남아있다면 그 자체가 심각한 정치적 퇴행이고 도덕불감증이다. 송 전 대표 수사와 별개로 당 차원에서 진상을 조사하고, 사실이라면 연루자에 대한 엄중한 처분과 함께 특단의 쇄신 대책이 나와야 마땅하다.
민주당 지도부는 진상 규명을 검찰에만 맡겨두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일각의 주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바란다. 당내에선 “자체 진상조사기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지도부가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169명 의원을 전수조사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당내 문제를 검찰 수사에 떠넘기는 일은 역사와 전통을 지닌 공당으로서 위신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꼬리자르기” 비판을 현실로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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