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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마약음료' 6개월 전부터 기획... 한 병에 필로폰 3회 투약분 넣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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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마약음료’ 사건은 중국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원들이 반년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담한 일당도 10명에 달할 만큼 계획적 범행이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마약과 보이스피싱이 결합한 신종 범죄로 규정하고 배후 색출에 힘을 쏟고 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17일 브리핑에서 한국 국적 이모(25)씨가 중국으로 건너간 지난해 10월 범죄 모의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17일 중국에서 현지 보이스피싱 조직에 합류하고 ‘중간책’ 자격을 얻었다. 이후 그와 조직원 박모(39ㆍ중국 국적)씨가 전화사기에 마약을 가미한 범행 시나리오를 짠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일당은 4개월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달 본격적 범행에 착수했다. 이씨는 지난달 초중학교 동창 길모(25)씨에게 위챗과 텔레그램 등을 통해 마약음료를 제조ㆍ공급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길씨는 같은 달 22일 국내에서 판매 중인 중국산 우유를 구입하고, 사흘 뒤엔 인천 주택가에서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 10g을 입수했다. 제조는 이달 1일 강원 원주시 그의 자택에서 이뤄졌다. 100병을 만들어 병당 0.1g의 필로폰을 음료와 섞었다. 통상 1회 투약분(0.03g)의 3배가 넘는 분량이다.
미끼가 완성되자 일당은 지난달 31일~이달 2일 인터넷 등으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행사를 진행할 아르바이트생 4명을 모집했다. 하루 15만~18만 원을 주는 고액 일용직에 현혹된 이들은 3일 오후 택배와 퀵서비스로 배송된 음료를 전달받았다. 곧 대포폰 등을 통해 ‘학원가에 배포하라’ 등의 지시가 내려졌고, 아르바이트생들은 같은 날 오후 4시 50분부터 오후 9시까지 2인 1조로 강남구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일대를 돌아다니며 학생들에게 음료를 나눠줬다.
중국 현지 ‘협박조’는 이튿날 피해 학생 부모들에게 전화를 걸어 금품을 요구했다. 구속된 김모(39)씨가 이 과정에서 중국발 인터넷 전화번호를 ‘010’ 번호로 변작했다.
피해자는 9명(학부모 1명 포함)으로 조사됐다. 음료 한 병을 전부 마신 학생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미성년자가 정상치를 넘는 필로폰을 투약하면 급성 중독에 걸릴 위험이 있다”며 “실제 한 병을 다 마신 학생은 일주일간 상당히 고통받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10명 중 7명을 검거해 3명을 구속했다. 사건을 주도한 이씨와 박씨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피의자 진술을 종합해 범행 모의 장소도 특정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공안과 공조해 최대한 빨리 피의자 신병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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