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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반대 예상 못해" 노동개혁 기초설계 미노연 학자들이 본 근로시간 개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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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이 '주 최대 69시간'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17일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 입법예고가 끝난다. 부정 여론이 강하자 고용노동부는 입법예고 기간에 구애되지 않고 당분간 의견 수렴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올해 6, 7월로 예상된 개정안 제출은 뒤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3대 개혁 중 가장 강하게 밀어붙이는 노동개혁이 첫발을 떼자마자 동력을 상실할 처지다.
16일 정책의 기반을 닦은 학자들에게 지난 한 달간의 과정을 지켜본 소감을 묻자 대체로 "이렇게까지 반발이 심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제도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게 많아 안타깝다"는 반응도 나왔다. 일부는 윤 대통령이 언급한 '상한 캡'을 씌워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고, 또 다른 학자는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은 지난해 고용부가 노동개혁 과제 발굴을 위해 발족한 전문가 단체 '미래노동시장연구회(미노연)'가 같은 해 12월 발표한 권고안을 기초로 했다. 미노연은 △노사 선택권 확대를 위해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주·월·분기·반기·연 단위로 개편 △근로자 보호 위해 연장근로시간 관리를 월 단위 이상으로 할 경우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 부여 등을 권고했다. 고용부는 이 안을 거의 그대로 수용해 지난달 6일 입법예고안을 발표했다.
예상과 달리 여론은 악화일로였다. 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데 주 최대 근로시간이 69시간까지 늘어나면 압축노동이 만연할 것이라는 우려와 분노가 쏟아졌고 '기절 시간표' 등이 등장하며 정책에 대한 반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정부가 우군이라 기대를 건 'MZ세대'가 외면하면서 원안 고수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연락이 닿은 미노연 위원들은 대체로 '주 최대 69시간제'라는 프레임에 갇혀 제도의 진정성이 오해됐다고 봤다. 이상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예상했던 것보다 (국민들의) 우려가 컸다"라며 "69시간 키워드로 모든 것이 축약돼 저항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승국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이렇게까지 (반발이) 확대될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을 못했다"고 언급했고, 박철성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마치 매주 69시간 일하게 만드는 제도인 것처럼 오해가 커지면서 상당히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권고안 발표 이후 입법예고까지 3개월 동안 고용부의 역할에 아쉬움도 표했다. 이상민 교수는 "객관적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정서적·사회적 합의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취약했던 것 같다"고 짚었다. 김상호 경상대 법학과 교수는 "우리 논의 과정에서는 '11시간 연속휴식' 원칙 도입이 핵심이자 진전이라고 봤는데, 정부가 이런 실질적인 의도를 더 강조하지 않은 게 아쉽다"고 말했다.
미노연 위원들은 그럼에도 근로시간제도 개편은 현시점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장에서는 분명히 유연성에 대한 수요가 있어 유연화 옵션은 현실을 반영해 제도를 정상화하는 방안이라고 봤다"면서 "근로시간이 너무 길다는 문제는 따로 얘기해야지, 이 제도를 손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송강직 동아대 법학전문대 교수도 "중소기업은 준법하며 사업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라며 "이들에 대한 처벌 조항이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개편안 수정 방향에 대해서는 조금씩 의견이 달랐다. 김상호 교수는 "유연화를 할 때는 '맥시멈(최대치)'을 정하는 게 맞다"라며 "대통령이 말한 대로 '주 60시간' 등의 원칙을 두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정민 교수는"60시간 상한 등은 원래 취지랑 안 맞기 때문에 차라리 연구가 처음부터 다시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철성 교수는 "근로자 능력을 벗어나는 연장근로를 사용자가 강요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가 보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지난해 미노연에 참여했지만 "방향에 동의할 수 없다"며 중도사임한 것으로 알려진 김인아 한양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30일 한 토론회에 참석해 "정부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은 노동자의 건강을 악화시키는 개악안"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김 교수는 "보건학에서는 어떤 한 주라도 48시간을 넘긴 근로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게 기본 상식"이라며 "제도 경직성 때문에 개혁이 필요하다면 유연화가 필요한 사업장과 노동자가 얼마나 있고, 실제로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모두 판단해서 신중하게 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개편안에서는 그런 근거를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12명의 미노연 위원 중 유일한 보건 전문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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