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콩팥에 물이 찬다…태아 1~5%에게서 나타나

입력
2023.04.1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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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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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 콩팥에 물이 차는 ‘선천성 수신증’은 태아 100명 중 1~5명 정도가 앓는 꽤 흔한 질환이다. 잘못 관리해 악화하면 콩팥 기능이 손상될 수 있기에 정확히 치료해야 한다.

임형은 고려대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선천성 수신증을 포함한 선천 신요로 기형은 소아청소년에서 발생하는 만성콩팥병의 가장 흔한 원인”이라며 “임신 때 발견된 선천성 수신증, 특히 임신 중기에 발견된 수신증은 출생 후 반드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고 했다.

선천성 수신증은 콩팥에서 만들어진 소변이 과다하게 모여 콩팥 안쪽 부분인 신우가 확장된 상태를 말한다. 콩팥은 혈액에 있는 노폐물을 걸러 소변을 생산하는 장기다.

선천성 수신증의 주요 원인으로는 소변이 지나가는 길 중 일부가 막히는 폐쇄성 요로 질환과 변이 방광에서 요관이나 콩팥까지 역류하는 방광요관역류가 있다. 콩팥 아래 소변이 흐르는 통로 일부가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콩팥 쪽으로 압력이 가해져 팽창하는 것이다.

이 밖에 한 개 이상의 콩팥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하고 콩팥 안쪽에서 다수의 체액이 가득 찬 주머니(물혹)가 나타나는 다낭형성이상신장, 하나의 콩팥에 두 개의 요관이 연결되는 중복요관, 방광 출구에 소변 흐름을 막는 비정상적인 점막 주름으로 요도가 막히는 뒤요도판막 등이 있다.

수신증은 원인과 정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동반된다. 경증 수신증은 대개 무증상이지만, 양측 요로폐쇄가 심하면 구토ㆍ소변량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신생아 복부에서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한다. 요로 감염이 동반되면 발열ㆍ혈뇨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콩팥 결석이 생기기도 한다.

수신증을 방치하면 콩팥 위축과 함께 기능을 상실할 수 있지만, 다행히도 선천성 수신증 태아 중 80% 정도는 출생 후 어떤 증상이나 이상 징후를 보이지 않는다. 절반가량은 출생 후에 증상이 소실되기도 한다.

또 유지되더라도 상당수가 1년 이내 자연 소실된다. 일부에서만 수신증이 악화해 콩팥 기능이 손상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임신 중 선천성 수신증이 확인된다면 주기적으로 초음파검사를 시행하면서 출산할 때까지 지켜보고 이후 증상 유무에 따라 적절한 검사ㆍ치료를 진행해야 한다.태아에게 수신증이 있어도 대부분 정상 분만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임형은 교수는 “출생 후에는 1차적으로 콩팥∙방광 초음파검사를 하고, 경미한 수신증이라면 정기적으로 초음파검사를 시행해 추적 관찰한다”며 “추가로 2세 이하 영ㆍ유아에게서는 요로감염 빈도가 높아 정기적인 소변검사와 함께 수신증 정도에 따라 방광요관역류 검사, 이뇨성 신스캔 검사 등을 시행해 수술 여부를 확인해야 할 수 있다”고 했다.

수신증이 심하고 방광요관역류가 아니라면 콩팥의 배뇨 기능과 요로 폐쇄 여부 등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신스캔 검사를 시행한다.

요로 폐쇄가 확인되거나 추적 검사에서 콩팥 기능 감소가 나타나고 반복적인 요로감염이 지속된다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신우성형술이 있는데, 콩팥의 신우와 요관 경계부 좁은 부위를 절제하고 새롭게 신우와 요관을 문합(연결)하는 방식이다. 이외에 요관 스텐트를 설치해 소변이 내려가는 길을 확보할 수도 있다.

임형은 교수는 ‘선천성 수신증 대부분은 심각한 상태가 아니지만 소아청소년 만성콩팥병의 가장 흔한 원인이 선천성 수신증을 포함한 선천 신요로기형이므로 막연한 낙관도 금물”이라며 “주치의 권고에 따라 정확한 검사를 통해 수신증 원인 질환을 찾고, 적절한 치료와 추적 검사를 받는 게 콩팥 기능 보존에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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