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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쑥쑥 새로고침 "노동자 위해 69시간 반대, 86% 목소리에 힘 싣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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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고용노동부가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의 야심 찬 카드로 꺼내 든 '주 최대 69시간제' 개편안은 발표 8일 만에 고꾸라졌다. 거센 반발에 대통령실의 재검토 지시가 떨어지며 사실상 표류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건 꾸려진 지 한 달도 안 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새로고침)의 '반대 성명문' 한 장이었다. 정부는 개편안 추진 배경으로 "MZ세대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고 설명했는데, 정작 'MZ세대 대표 노조'로 여겨지는 새로고침은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정부 개편안은 동력을 잃었고 새로고침의 존재감은 급상승했다.
17일 근로시간제도 개편안 입법예고기간 종료를 앞두고 이달 5일 만난 유준환 새로고침 의장(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노조 위원장)은 "(개편안 반대 의견 표명 이후)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반응이 왔다"면서도 "새로고침 설립 때부터 정치 논리나 단체, 사람에 구애받지 말고 노동자 편에서 할 얘기는 하자는 주의였고 이에 부합하는 활동이었다"고 강조했다.
8개 노조가 연합한 새로고침은 지난 2월 출범 때부터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노동자 권익에 집중하고, 이와 관련 없는 정치적 목소리는 거부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회계장부 제출 문제로 기존 노총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던 정부는 새로고침을 반겼다. 여기에 일부 노조는 지난해 9월 고용부가 'MZ세대 노조 간담회'에 초청하기도 했었다. 미래 노동시장을 이끌 MZ세대를 대표한다는 이미지도 갖고 있어 노동개혁의 주요 파트너로 부상했다.
정작 새로고침의 생각은 달랐다. 유 의장은 "작년 간담회 당시 (현장에서 나온 목소리와 다른 내용들이 기사화되는 것을 보면서) 어떤 가상의 MZ단체로 명명된 상태로 목소리를 빼앗기지 말자는 마음을 갖게 됐고, 이게 새고로침을 설립한 계기"라면서 "사업장에 국한되지 말고 공통의 의제를 공론화하자는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근로시간 개편안 발표 사흘 뒤에 반대 성명서를 낸 것도 '노동자를 위한 목소리를 내자'는 이유에서였다. 유 의장은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 과정에서 노동자의 의사가 묵살될 가능성이 있어 원치 않는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에 위원장들이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MZ세대가 원하는 근로시간 체계'라고 주장한 정부에는 치명적이었다. 윤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 이후 새로고침을 두 차례 만난 고용부는 이후 다른 현장 노동자들을 만나며 의견 수렴을 계속하고 있다.
새로고침은 노동개혁의 또 다른 축인 '직무성과급제 전환'에도 우려를 드러냈다. 정부는 현재 'MZ세대는 연공급제를 불공정하다고 본다'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 의장은 "임금체계는 사업장마다 상황이 달라 일률적인 전환은 할 수 없다. 또 기본적으로 평가의 권한이 회사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는지 알 수 없고, 견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전환은 오히려 연공급제보다 더욱 불공정하다고 본다"며 "직무성과급제 전환으로 무조건 공정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새로고침은 MZ세대가 아니라 86%의 미조직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단체를 지향한다. 유 의장은 "새로고침 소속 노조들은 MZ라는 정체성보다는 기존에 대변받지 못한 노동자들이라고 보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미조직 노동자인 86%에게도 노조가 머지않다는 것, 상급단체 없이도 공통된 의견을 공론화해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참여를 원하는 노조라면 세대나 직종 등에 제한 없이 받아들이려 한다. 유 의장은 "가입 노조의 성격을 제한하지 않지만 가입을 원하는 노조에 주로 동기에 대해서 묻는다"면서 "노조를 하려는 이유, 노조를 하면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등을 물어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새로고침은 출범 이후 연일 화제가 된 덕에 가입 노조가 10곳으로 2곳 더 늘었고, 참여 의사를 밝히고 만남을 진행 중인 노조도 있다.
일각에서는 소속 노조 위원장 중 여성이 없고 대기업 사무직 위주라는 점에서 여성과 영세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 등 노동시장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 의장은 "구체적인 섭외 계획은 없지만 성별·규모·직종 등의 다양성이 풍부해지는 쪽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가입 노조가 없더라도) 목소리 취합 노력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고침은 올 상반기 중에 조직이 대변하지 못하는 여성, 비정규직, 취업준비생 등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토론회나 간담회를 계획하고 있다. 유 의장은 "노조가 없는 이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 "듣거나 대변하지 못했던 부분을 듣다 보면 우리의 공정도 바뀔 수 있는 만큼 꾸준히 이야기를 나눠야 할 시기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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