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선량 CT 검사에서 ‘간유리 음영’이라는데…

입력
2023.04.08 10:53
수정
2023.04.1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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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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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 A(32)씨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폐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 ‘간유리 음영 폐 결절(ground glass opacity nodule)’ 진단을 받았다. A씨는 간유리 음영 폐 결절은 폐암이 전조 증상일 수 있다는 말에 덜컥 겁이 났다. 폐암이 '암 사망률 1위'이기 때문이다.

문영규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간유리 음영 폐 결절이 모두 폐암으로 악화하는 것은 아니고 설령 폐암 증상이더라도 추적 관찰과 제거 수술로 조기에 '폐암의 씨앗'을 잘라낼 수 있다"고 했다.

‘폐암의 씨앗’으로 불리는 간유리 음영 폐 결절은 흉부 CT 사진에서 마치 유리 표면을 사포로 문질러 투명하지 않은 유리처럼 뿌옇게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흉부 X선이나 CT으로만 발견된다.

폐포 전체가 암세포로 변화된 폐암과 달리 폐포 간질에서만 암세포가 자란다. 간유리 음영 결절은 폐암의 일종인 ‘선암 전(前) 단계’로 볼 수 있다.

폐 결절(왼쪽)과 간유리 음영 결절(오른쪽). 은평성모병원 제공

폐 결절(왼쪽)과 간유리 음영 결절(오른쪽). 은평성모병원 제공

간유리 음영 폐 결절은 폐암으로 진단되기도 하며, 일부는 섬유성 결절, 결핵 등으로 인한 염증, 반흔화로 진단된다. 폐 선암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으면 제거 수술을 해야 한다. 간유리 음영 폐 결절은 특히 담배를 피우지 않은 여성이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폐 결절은 일반적으로 폐에 3㎝ 이하의 작은 덩어리가 발생한 것을 말한다. 폐 결절은 증상이 없을 때가 대부분이지만 드물게 폐암으로 악화하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폐 결절은 ‘고형 결절’과 ‘반고형 결절’로 구분한다. 반고형 결절은 부분 고형 결절과 간유리 결절로 나뉜다. 고형 결절은 불투명한 음영(陰影)이 있는 결절이다. 부분 고형 결절은 말 그대로 부분적으로 고형 성질을 가진 결절로 고형 결절 성분과 간유리 음영 결절 성분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간유리 음영 결절은 폐 실질(實質) 구조가 보일 정도로 음영이 불투명한 결절을 말한다.

간유리 음영 결절은 증상이 없다. 그래서 간유리 음영 결절 진단을 받아 병원을 찾는 환자는 대부분 우연히 직장 건강검진에서 선택 검사로 CT를 찍었더니 발견한 경우다.

따라서 폐암에 대한 가족력이 있거나 흡연력이 있다면 저선량(Low-dose) 흉부 CT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이 밖에 외상이나 다른 암 검사를 진행하다가 발견되기도 한다. 의료비가 비싼 서양에서는 검진 목적으로 CT 검사를 잘하지 못하지만 우리나라는 쉽게 접근이 가능하니 조기 발견 측면에서는 행운이다.

이성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순수 간유리 음영 결절을 수술해 병리 검사를 해보니 폐암 전 단계가 2.3%, 자라지 않는 이른바 제자리 암이 40.9%, 미세 침습 폐암이 34.1%, 침습 폐암이 22.7%”라며 “결과적으로 97.7%가 병리학적으로 암”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순수 간유리 음영 결절이라도 이미 침습성이 생긴 경우가 57% 정도여서 고형 부분이 없어도 침습성일 때가 상당수여서 조기 수술해 ‘폐암의 씨앗’을 없애는 게 좋다”고 했다.

간유리 음영 결절의 주요 치료법은 수술이다. 폐암이 진단되면 해당 엽(葉)을 절제하는 엽절제술이 표준 치료법이지만, 간유리 음영 결절은 대부분 더 작은 범위인 구역절제술이나 쐐기절제술로도 충분하다.

다만 병변 위치에 따라 수술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폐 가장자리라면 작게 절제할 수 있지만 안쪽에 위치했다면 어쩔 수 없이 엽절제술을 시행해야 한다.

수술 후 재발을 걱정하는 환자가 많은데 순수 간유리 음영 결절은 거의 재발하지 않고, 부분 고형 간유리 음영 결절 중 고형 부분 비율이 50% 이하면 재발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초기 단계에서 싹을 잘라버리면 재발하지 않는 것이다.

백효채 명지병원 폐암ㆍ폐이식센터 교수는 “간유리 음영은 CT 검사에서 발견된다고 모두 폐암인 것은 아니다”라며 “폐렴이나 결핵의 흔적일 수 있고, 폐가 조금 수축돼 있거나 일시적 염증ㆍ상처ㆍ섬유화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백 교수는 따라서 “대개 3~6개월 후 다시 촬영한 CT 검사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보고 폐암 가능성 여부를 판단한다”며 “다만 결절 크기가 1.5㎝ 이상 이거나 침습성이라면 조기에 수술로 제거하는 게 폐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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