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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 우려 덜었다지만 수출전략 재정비해야

입력
2023.04.03 04:30
27면
미국 정부가 발표한 전기차 보조금 지급 관련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지침 규정이 18일부터 시행된다. 사진은 2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전기차 충전소 모습.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발표한 전기차 보조금 지급 관련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지침 규정이 18일부터 시행된다. 사진은 2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전기차 충전소 모습. 연합뉴스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며 한미 간 통상 갈등을 촉발했던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세부규칙이 주말 공개됐다. 정부와 업계는 당장은 대대적 공급망 변화 없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안도한다. 그런데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미국 정책 하나하나에 일희일비만 할 수 없음을 역설한다.

미 재무부 발표를 보면 핵심 광물을 어느 나라에서 채굴하더라도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가공해 50% 이상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양극재와 음극재 활물질을 배터리 부품이 아니라 사실상 광물(구성재료)로 인정했다. 국내 기업들은 이들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어 만약 부품으로 분류했다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었다. 당장은 국내 배터리 업계가 생산 공정과 광물 조달처를 바꾸지 않아도 보조금 대상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안도할 시간이 없다. 불과 2년 뒤 핵심광물의 조달을 전면 금지하는 ‘외국 우려 단체’에 중국 기업 등이 무더기 지정된다면 우리로선 직격탄을 맞게 된다. 2027년부터는 핵심광물의 미국 및 미국과 FTA 체결국의 조달 비중도 현재 40%에서 80%로 높아진다. 조달처를 서둘러 다변화하고 국내 제련기술을 높이지 않으면 미국 요구를 맞추기 힘들 것이다.

미국이 호락호락 보조금을 내어주지 않으면서 구속력만 강화하는 건 반도체지원법에서도 확인됐다. 반도체 보조금을 받으려면 수율(반도체 불량률)과 핵심 소재, 인건비 등 영업기밀을 엑셀 파일 형태로 상세히 제출하도록 했다. 느슨한 중국 투자 제한 조항(가드레일) 공개에 안도한 지 불과 며칠 뒤였다.

1일 발표된 3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은 8개월 연속 내리막을 걸었고, 무역수지 최대 흑자국이던 중국과의 무역 적자는 벌써 6개월째다. 미국의 당근과 채찍에 대응하는 것만으로는 답이 없다. 우리 정부가 주도적이어야 한다. 기존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자세로 수출 전략, 산업 전략을 과감히 재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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