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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중독 여름철에만 조심? 봄철이라고 안심해서는 안 돼

입력
2023.04.02 17:2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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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중독은 4월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6월에 정점을 찍은 뒤 9월까지 기승을 부리기에 봄이라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식중독은 4월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6월에 정점을 찍은 뒤 9월까지 기승을 부리기에 봄이라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일교차가 심해 아직도 쌀쌀한 기운도 느껴지지만 완연한 봄기운이다. 하지만 이때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질환이 있다. 바로 4월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6월에 정점을 찍은 뒤 9월까지 기승을 부리는 ‘식중독’이다. 식중독에 걸리면 적절한 수분과 영양 공급을 저해해 다른 질환 원인이 될 수 있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여름에는 많은 사람이 식중독 예방에 주의를 기울이지만 봄철에는 음식 관리에 방심하기 쉽다”며 “특히 봄철 나들이 때 야외에서도 음식을 냉장 보관하며, 상온에 2시간 이상 두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구토ㆍ설사ㆍ복통이 대표적 증상

식중독은 인체에 유해한 미생물이나 유독 물질이 들어 있는 식품을 섭취해 발생했거나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는 질환이다. 소장ㆍ대장에 염증이 생기는 ‘장염’이 음식물을 먹어 발생했으면 장염이라는 명칭과 식중독을 혼용하기도 한다.

우리 몸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미생물이나 화학물질이 식중독 원인이다. 이 가운데 미생물에 의한 식중독이자 식중독의 가장 흔한 형태인 세균성 식중독은 세균이 만들어내는 독에 의한 독소형과 세균 자체로 인한 감염형으로 세분된다.

식중독 증상은 구토ㆍ설사ㆍ복통 등이 대표적이다. 독소나 세균이 음식물과 함께 체내로 들어오면 우리 몸에선 이를 빨리 제거하기 위해 구토·설사·복통 등이 발생한다. 독소가 소화관 위쪽에 있으면 구토, 아래쪽에 있으면 설사를 통해 독소를 몸 밖으로 배출한다.

또한 세균이나 독소가 온몸에 영향을 미쳐 전신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독소형 식중독은 독소가 소화관에서 흡수되지 않아 구토 같은 소화기 증상만 일으킬 때가 많지만, 세균이 장벽에 붙거나 뚫고 들어가면 소화기 증상과 함께 온몸에 열이 발생하기도 한다. 일부 세균은 독소를 만들어내 신경 마비ㆍ근육 경련ㆍ의식장애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복통 원인은 수없이 많아 통증 양상만으로 식중독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응급실에서 복통이 나타난 질환을 감별할 때는 증상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복부 초음파검사와 컴퓨터단층촬영(CT)을 활용한다.

식중독과 다른 질환을 구별할 땐 통증 양상보다 문제가 될 만한 음식을 섭취했거나, 구토·복통·설사가 거의 동시적으로 급속히 발생했다는 사실을 감별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과민성 대장으로 인한 복통은 배변 후 조금 편해지지만, 식중독으로 인한 복통·설사는 길게 지속되고 발열이 동반된다.

◇수분 보충하고 수액 공급해야

식중독 환자는 장점막이 손상되고 소화 흡수 기능이 줄어든 상태이기에 곧바로 음식을 먹으면 소화 흡수를 하지 못해 설사가 악화할 수 있다.

따라서 1차적 치료로 구토·설사로 손실된 수분을 보충하고 전해질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수액 공급’이 필요하다. 포도당이나 전해질이 포함된 물은 순수한 물보다 흡수가 더 빠르므로 끓인 물에 설탕이나 소금을 타서 마시거나 이온음료를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

설사가 줄어들면 미음ㆍ쌀죽 등 기름기 없는 음식부터 먹어야 한다. 설사가 심해도 장에서 수분을 흡수할 수 있으므로 탈수 예방을 위해 물을 많이 마시면 좋다. 혈변이나 열이 심하면 의사 판단에 따라 항생제를 투여한다.

식중독으로 인해 설사를 한다고 무조건 굶는 건 좋지 않다. 박민선 교수는 “위장에 있는 장상피세포는 음식 공급을 2, 3일만 하지 않아도 흡수 능력이 떨어지고, 영양 공급이 적절하지 않으면 설사가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구토ㆍ설사한다고 지사제나 항구토제를 함부로 쓰면 안 된다. 구토는 위장 독소를 체외로 배출하는 반응이고, 설사는 장내 독소를 씻어내는 반응이다. 약을 먹으면 자칫 독소 배출이 늦어져 회복이 더딜 수 있다.

보통 면역력과 체력을 가진 사람은 식중독에 걸려도 자연 치유되지만 어린이나 노약자라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고령인은 식중독으로 식사를 제대로 못 하거나 미음·죽 등으로 대체하면서 근육이 빠질 때가 많다. 고령인은 식중독 발병 후 수액 치료 등을 고려해야 하며, 처음 1~2끼만 미음·죽을 먹고 조금 회복되면 일반식을 먹는 게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된다.

◇날 해산물 조리 시 각별히 조심

식재료는 신선한 것으로 필요한 만큼 구입하고, 식기 세척기 등 열이 많이 발생하는 기구 주위를 피해서 보관해야 한다.

음식물을 조리·섭취할 때는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손을 신경 써서 세척하며, 익힌 음식은 익히지 않은 음식과 분리해 안전한 온도에서 보관해야 한다. 조리된 음식은 가급적 상온에 두지 말고 2시간 이내 섭취하도록 한다.

식중독 주원인인 날것의 해산물(생선회, 굴, 조개류)은 조리 과정에서 오염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채소류는 꼼꼼히 세척한 후 2시간 이내 사용하거나 즉시 냉장 보관하는 게 좋다.

김종훈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채소를 대충 씻어 먹으면 굉장히 위험하다”며 “채소는 흐르는 물에 3회 이상 깨끗이 씻은 후 곧바로 섭취하고, 바로 먹지 않는다면 실온에 방치하지 말고 10도 이하 냉장 보관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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