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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남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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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첫 장부터 눈을 사로잡는다. 황금빛 왕관을 쓴 왕은 고압적 자세로 명령한다.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라.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다.” 왕은 전쟁을 피해 도망쳐 온 피란민을 쫓아낸다. “다른 나라 전쟁은 우리와 상관없다.” 이어 발이 큰 사람과 장애인, 노인을 몰아낸다. “우리와 다르고 일을 못하니 쓸모가 없다”.
주인공은 발이 크지도 않고, 장애인도 노인도 아니었기에 잠자코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느 날 왕의 병사들은 주인공을 잡으러 온다. 이유도 모른 채 끌려가며 주인공은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걸 깨닫는다. “만약에 내가 잠자코 있지 않았다면, 병사들에 맞서 줄 사람들이 남아 있지 않았을까. 만약에 내가.”
아이들에게 장애, 난민, 고령화, 다문화 등 복잡한 문제를 꼭 알려줘야 할까. 국어ㆍ영어ㆍ수학을 가르칠 시간도 부족한데. 내 아이는 그런 차별을 받을 리 없는데. 그런 생각에 빠질 때 이 책은 ‘정의로운 사회’, ‘모두가 존중받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명징하게 알려준다. “우리 주위에 도사린 차별은 언제가 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진실 말이다. 독재자 왕, 명령에 복종하는 병사, 핍박받는 사람 등 등장인물의 다양한 입장을 입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책의 장점이다.
단순하면서 인상적인 삽화, 강렬한 색상, 군더더기를 걷어낸 문장이 ‘인권’이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작가들의 내공에 힘입은 바 크다.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단체에서 일한 장덕현 작가가 글을, ‘팥죽 할멈과 호랑이’ 등으로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인 볼로냐 라가치 상을 두 번 받은 윤미숙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보는 사람의 마음을 요동치게 하려는 게 작가들의 의도였다면, 성공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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