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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나선 기념일과 한국 노벨상의 꿈

입력
2023.03.31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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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매년 4월 25일을 DNA Day라고 기념한다. 1953년 DNA의 이중나선 구조에 관한 논문들이 발표된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로부터 50년이 흐른 2003년 사람의 유전체 정보 해독 완성이 발표되었으므로 2023년 올해는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 지는 70주년이 되는 해이고, 사람 DNA의 염기서열 정보를 해독한 지는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탄수화물이나 단백질 혹은 지질 같은 물질이 아니라 DNA라는 핵산에 유전정보가 담겨 있고 자손에게 전달된다는 건 1944년 증명이 되었으니 아직 1세기도 안 지난 시간이지만, 해방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 사회 경제가 겪은 변화만큼이나 큰 과학 발전이 있었던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몸은 3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고 추정되며, 사람의 각 세포에는 부모에게서 각각 물려받은 30억 개의 염기서열 정보 즉 모두 합해서 60억 개의 염기서열 정보가 염색체 형태로 보관되어 있다. 30억 개의 염기서열 정보가 이중나선 구조로 저장되어 있는 DNA의 길이를 계산해 보면 약 1m가 되는데, 이 말은 사람 세포 1개당 아버지에게서 1m, 그리고 어머니에게서 1m, 합해서 2m의 DNA를 물려받아 보관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사람 세포 1개의 평균 지름을 약 10㎛(㎛=1만 분의 1㎝ ) 정도라고 계산하면 세포 1,000개가 줄지어 서 있더라도 그 길이가 1㎝ 정도에 불과한 아주 작은 크기인데 그 하나하나의 세포에 2m 정도의 DNA들이 담겨 있으면서 각종 유전자 발현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1명의 사람을 구성하는 30조 개의 세포를 일직선으로 줄지어 세운다면 길이가 약 30만㎞가 되는데 이는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인 약 38만4,000㎞에 견줄 만하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네옴 시티의 '더 라인'이라는 직선 도시의 길이가 170㎞ 정도이고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직선거리가 320㎞ 정도이므로 우리 몸이 가진 스케일이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 신체와 세포에는 이토록 고도로 집적된 물질과 정보들이 보관되어 있다. 또 그 물질들은 인체가 100년 가까이 살아가는 동안 각종 생명 활동을 영위하며 배우자와 함께 새로운 유전정보 세트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일까지의 제반 과정을 주도한다.

물론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밝힌 연구는 이런 스케일 계산보다 훨씬 중요한 생물학적 연구들을 가능하게 한 원초적 개념들의 기반을 제공한 연구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National DNA Day로 기념하며 자부심을 부각시키는 것이리라.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과학이나 공학 분야에서 국가 기념일로 기념할 만한 성과가 나올 수는 없는 걸까. 아직 해당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국가이기는 하지만, 우리처럼 교육열이 높은 나라에서 불가능할 리가 없지 않은가 생각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공계 기피, 혼인율 저하, 출산율 급감 등을 떠올리면 그저 희망적일 수만은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라든가 그 성과를 기념하는 국가 기념일이 우리나라에서도 나오게끔 만드는 혁신적 과학 육성이야말로 인구 소멸 위기에도 대응하는 매우 중요한 정책의 하나가 될 것이라 믿는다.


이환석 유전자 라이프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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