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러시아 "돈줄이 말랐다"... 에너지값 하락·노동력 부족에 '장기침체 늪'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장기적인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동안 러시아 경제를 지탱해 왔던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한 데다 전쟁 개시 후 더 강력해진 서방의 제재로 정부의 돈줄이 바짝 말라가고 있는 탓이다. 대규모 군 징집에 따른 노동력 부족 현상도 심각해 민간 영역마저 위태롭기만 하다. 전쟁이라는 자충수를 둔 결과, 러시아 경제가 벼랑 끝에 처하고 있다는 얘기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 경제의 위기 징후는 원유 및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의 하락세에서 가장 먼저 감지된다. 지난달 러시아가 판매한 원유 가격은 배럴당 49.95달러로, 국제기준인 브렌트유의 80달러와 비교하면 60% 수준에 불과하다. 천연가스도 염가에 팔리고 있다. 현재 러시아는 최대 수출지였던 유럽 시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중국 등 신규 시장에 천연가스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에너지 분야의 수익성 악화는 치명타로 작용했다. 당장 러시아 정부 재정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원유 및 천연가스의 올해 1, 2월 세수가 전년 대비 46%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쟁 물자 생산 등으로 정부 지출은 50% 이상 증가했다. 당연히 재정은 악화했다. 실제로 두 달간 러시아는 340억 달러(약 44조2,000억 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정부 곳간이 비어가자 러시아는 국부펀드를 통해 전쟁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그러나 국부펀드도 전쟁 이후 280억 달러(약 26조4,000억 원)가량 감소하는 등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재정 불안정은 러시아 루블화 가치마저 떨어뜨렸다. 현재 루블화는 지난해 11월 이후 20% 하락한 상태다.
러시아 에너지 산업의 미래 역시 불투명하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리스타드 에너지'는 러시아의 석유·가스 탐사 및 생산에 대한 투자액이 전쟁 이전 570억 달러(약 74조1,300억 원)에서 올해 330억 달러(약 43조 원)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9년 하루 약 1,200만 배럴이었던 러시아의 석유 생산량도 2035년엔 하루 700만~900만 배럴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비엔나 국제경제연구소의 경제학자 바실리 아스트로프는 "에너지 가격 하락에다, 에너지 수출 대상국 감소로 가격 협상력도 낮아지는 이중고를 현재 러시아가 겪고 있다"며 "이 같은 위기는 1, 2년 안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동력 부족도 러시아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이런 현상은 러시아 정부가 전쟁 승리를 위해 지난해 9월 30만 명을 한꺼번에 징집한 이후 심화됐다. WSJ는 "징집령을 피하려 해외로 도피하는 사람도 늘면서 최근 러시아 기업의 절반가량이 일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가 이처럼 파탄 나고 있는데도 러시아 정부는 오로지 '전쟁 승리'에만 혈안이 돼 있다. 러시아 매체 이즈베스티야는 이날 "러시아군이 내달 1일부터 석 달에 걸쳐 전국 각지에서 추가 징병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유동성 위기도 현실화할 조짐이다. 러시아 재벌인 올레그 데리파스카는 WSJ 인터뷰에서 "내년에는 러시아 내 현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질 것"이라며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마이 웨이'를 고수하고 있다. 이날 러시아 재무부는 자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외국 기업을 상대로 "자산 매각 가격의 최소 10%를 연방정부에 기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