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과서의 역사 기술이 재차 개악됐다. 어제 일본 문부과학성 검정을 통과한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엔 예외 없이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기존대로 '일본의 영토'라고만 표기하려던 출판사는 수정 지시를 따르고서야 통과할 수 있었다. 태평양전쟁 조선인 징병 관련 기술도 강제성이 약화돼, 점유율 1위 교과서엔 '징병'이 '참가'로 대체됐고 2위 교과서엔 '징병' 표현이 아예 빠졌다. 올해 100년을 맞은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을 삭제한 교과서도 있었다.
수정된 내용엔 조선인 징용의 강제성을 부정한 재작년 일본 정부의 각의결정이 반영됐다. 더 나아가 2006년 아베 신조 정권의 교육기본법 개악, 2014년 교과서 근현대사 기술에 정부 입장 반영을 우선시한 검정기준 개정 등 국가주의 교육 강화 흐름이 있다. 지난해 말 안보문서 개정으로 전후 평화헌법 체제를 무력화하고 있는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일본 초등 4~6학년생은 내년부터 이렇게 자국 가해 역사를 한층 희석한 교과서로 공부하게 된다. '왜곡'과 '물타기'를 서슴지 않는 역사 교육이 일본 미래세대의 역사관 형성에 미칠 해악은 생각할수록 개탄스럽다. 우리 외교부는 깊은 유감을 표명했고, 교육부는 즉각 시정을 촉구했다. 어떤 고위 당국자처럼 "일희일비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치부할 게 아니라 더 늦기 전에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이번 일을 얼마 전 한일 정상회담과 연결 짓지 않을 도리가 없다. 통 큰 양보가 담긴 강제징용 해법을 내놓고 일본의 호응을 기다리던 우리 국민에겐 그야말로 인내심을 시험하는 상황이다. 회담 전후 일본 정부가 보였던 양보 없는 태도까지 떠올리면 '의도된 무성의'가 아닌지 의심될 지경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수산물 수입 규제,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등 임박한 현안에서도 일본이 일방통행을 고수한다면 후과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성의 있는 조치를 재차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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