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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피의 축제, 누가 불을 지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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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연애 프로그램 ‘테라스 하우스’에 출연한 여성 프로레슬러 기무라 하나는 2020년 22세 나이로 극단적 선택을 한다. ‘살아 있을 가치가 없다’ ‘언제 죽을 거냐’ 등 악플로 괴롭힘을 당한 탓이다. 당시 그를 비방했던 남성 2명은 모욕죄로 9,000엔(약 9만 원) 과태료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인터넷상에서 이뤄지는 도를 넘는 비방을, 세이케이대 문학부 교수인 저자는 ‘활활 타오른다’는 의미로 ‘플레이밍’(flaming)이라고 명명한다.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극단적 혐오 정서는 ‘모든 것이 개인 책임’으로 여겨지는 신자유주의와 맞닿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정부가 국민을 전쟁에 총동원하기 위해 벌인 통제 역시 시민들 사이 이뤄지는 강력한 상호 감시의 배경이 됐다.
이런 식이다. 2021년 도쿄 올림픽ㆍ패럴림픽 개회식 음악 작곡 담당자였던 뮤지션 오야마다는 40년 전 따돌림 가해자였던 것이 알려져 직에서 사임한다. 개회식 전날에는 연출가 고바야시 켄타로가 23년 전 ‘유대인 학살’을 소재로 콩트를 한 사실이 알려져 해임된다. 저명인사의 과거 언동을 고발할 뿐 아니라 모든 지위를 박탈하려는 플레이밍의 일종, ‘캔슬 컬처’다.
가히 현대판 ‘피의 축제’라 할 만하다. 사람들은 특정인을 타깃으로 끓어오른 후, 다음에는 누가 타깃이 될지 조마조마하게 지켜본다. 다음 ‘사냥감’이 발견되면 몰려가 공개 처형한다. 다만 사회 정의와 결합하면 소수자에게 힘을 주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미투(성폭력 고발) 운동,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운동 등이 그렇다. 하지만 당초 캔슬 컬처는 사회 주류가 아닌 ‘소수자’가 목소리를 합쳐 권리를 획득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것을 전면 부정할 게 아니라 다수자의 손에서 소수자의 손으로 되돌려 본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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