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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제도로 학폭을 막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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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위 공직 후보자로 임명이 결정된 법조계 인사의 아들이 학폭 가해자였고, 해당 학교에서의 징계 과정에서 후보자가 자기 능력을 십분 발휘해 대법원까지 소송을 끌고 간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파문이 일었다. 결국 후보자의 임명이 취소됐지만, 해당 학생이 정시로 국내 최고 명문대에 진학해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사회정의가 무너졌다는 좌절감에 빠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런 학생을 걸러내지 못하는 우리나라 입시제도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그러나 학폭 문제를 대입을 통해 해결하려는 접근법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학폭은 피해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행위로서 그 발생 자체를 최대한 예방해야 하고, 일단 발생한 경우에는 즉각적으로 제재를 가함으로써 동일 가해자에 의한 재발을 방지하고 다른 학생들에게도 경종을 울려야 한다. 가해자가 사회적으로 성공할 시기에 가서 비로소 문제 삼는 방식은 효과적이지도 않고 공정하지도 않다. 명문대에 진학하거나 국가대표 운동선수나 유명 연예인이 되는 경우에만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면 그 낮은 확률만큼 학폭에 대한 억지력이 약하고 드러나지 않고 묻혀버리는 훨씬 많은 수의 학폭 피해자들은 평생 억울함 속에 살게 된다.
반면에 드물게 실제 드러난 학폭 가해자에 대한 사회적 제재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뉴욕타임스 기사에서도 지적했듯이 대부분의 학폭 폭로가 익명으로 이뤄지며 수년 전의 일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에 의존하기 때문에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사실로 확인된 학폭에 대해서도 얼마만큼의 징벌이 적절한지에 대한 기준이나 절차가 없이 여론에 따라 그 강도가 결정된다. 대학 입시에 학폭을 반영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학생부에 기재된 제한된 정보만으로 대학이 한 학생의 미래를 좌우하는 합격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 학폭이 발생한 현장에서의 판단이 보류된 채 몇 줄로 압축된 기록만을 보고 대학 입시사정관이 학폭의 경중을 따져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재판관 역할을 떠안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학폭 경력의 유명인에 가해지는 사회적 제재에 대한 현재 국민들의 지지는 절대적이다. 학폭 경력 야구선수의 국가대표 배제에 대해 한 원로선수가 이견을 표명했지만 국민들의 공감을 받지 못했고, 학폭에 대한 복수 드라마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는 그만큼 우리 사회에 학폭이 만연해 있으며 가해자에 대한 징계와 피해자에 대한 구제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국민들의 분노를 반영한다. 최소한 그런 가해자가 사회적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만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의 발로인 것이다. 이런 막연한 인과응보식 징벌보다는 학교가 적극적으로 학폭을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학폭 방지의 일선에 서야 할 교사들을 불신해 학생지도 수단과 권위를 모두 뺏어 버린 상태에서 교사와 학교의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 교사들을 무력화시키고 대신에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각종 위원회나 교육청의 관료들에게 판단을 맡겨 결국은 소송에서 법적 잣대로 해결하는 현재의 방식은 학폭에 대한 소극적이고 지체된 대응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학교와 교사들이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행정적·법률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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