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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강제징용 피해자 직접 만나 설득해야

입력
2023.03.20 04:30
27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일본 도쿄 게이오대에서 열린 한일 미래세대 강연회에서 일본 학생과 한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강연을 마친 후 퇴장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일본 도쿄 게이오대에서 열린 한일 미래세대 강연회에서 일본 학생과 한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강연을 마친 후 퇴장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윤석열 대통령 귀국 다음 날인 그제 서울 도심에선 이번 회담을 '조공외교'에 빗댄 대규모 비판 집회가 열렸다. 강제징용 배상을 비롯한 현안 전반에서 일본에 일방적 양보만 했다는 것이다. 여야는 "일본 하수인의 길을 선택했다"(이재명 민주당 대표), "수구꼴통 같은 반일 선동질에 매달린다"(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격한 표현을 써가며 다퉜다. 엄중한 안보 위기를 타개할 '대승적 결단'이란 정부의 호소가 무색하게 이번 회담이 심각한 국론 분열의 진앙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일본 언론 보도로 드러난 회담 막전막후와 이에 대한 정부 반응도 비판 여론을 키우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회담에서 2015년 위안부 합의 이행을 요구했다는 보도에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사실관계는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유효한 합의로 향후 이행 수순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합의가 공식 파기된 적은 없으니 틀린 말은 아닐지라도, 과거사 양대 쟁점인 징용과 위안부 배상 모두를 일본에 '양보'한 걸로 비칠 수밖에 없다. 회담에 앞서 윤 대통령과 가까운 여당 간부가 비밀리 일본을 찾아 집권 자민당 유력자들에게 기시다 총리의 '사과'와 '반성' 언급을 요청했다고도 한다. 사실이라면 정부 또한 기시다 총리 명의로 사과를 받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도 관철하지 못한 셈이다.

외교가에선 "한일관계의 90%는 국내 정치"라고 말한다. 윤 대통령이 아무리 "우리 국익은 (한일) 공동 국익과 다르지 않다"고 말하고 그게 중장기적으로 옳은 진단이라 해도, 당장의 국내 정치적 파고를 넘지 못하면 이번 정상 간 합의도 사상누각이기 쉽다. 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초청, 여름 기시다 총리 답방 등 주요 외교 일정을 통해 일본의 호응조치를 반드시 이끌어 내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제3자 변제 배상안에 반대하는 징용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윤 대통령이 직접 이행하는 정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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