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23년째 5,000만 원에 묶여 있는 예금자 보호 한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 오는 8월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이어 뉴욕 소재 시그니처은행이 파산하자, 미국 정부가 최근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이 다른 은행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예금 전액 보장을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과거에는 예금을 찾으려면 은행에 가야 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빠르게 계좌이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뱅크런 확산 충격도 훨씬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국내 은행 인터넷뱅킹 이용 비중이 78%에 달하고, 개인 예금자의 국내 스마트폰 하루 이체 한도도 최대 5억 원이다. 이런 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예금자 불안 심리가 퍼지면 건전한 은행도 미 SVB처럼 단기간 내 파산할 수 있는 만큼, 대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금융 시장 불안 해소를 위해 1997년 11월부터 다음 해 8월까지 예금을 전액 보호했다. 하지만 “금융사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보호 한도를 2,000만 원으로 수정했고, 2001년 한도를 5,000만 원으로 높인 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물론 예금 보호 한도를 높일수록 금융기관의 건전성 준수 의지가 약해질 위험성도 커진다. 또 금융사가 예금보험공사에 내야 할 보험료가 높아져 대출 금리를 올리거나 예금 금리를 낮추는 식으로 그 부담이 금융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2001년과 비교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배가량 늘어났다는 점과 주요국 예금 보호 한도가 미국이 3억 원이 넘고 일본도 1억 원에 달하는 현실에 견줘 봤을 때 우리나라도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평생 모은 예금에 노후를 의지하는 수많은 은퇴자가 낮은 예금 보호 한도 때문에 예금을 5,000만 원 미만으로 쪼개 여러 은행에 예치하고 관리해야 하는 불편을 줄여주기 위해서도 예금 보호 한도 상향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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