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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고 매혹적인 구름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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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c signo victor eris’(너희는 이 기호로 승리하리라). 서기 312년 10월 8일. 콘스탄티누스 1세와 그의 군대는 하늘에서 빛의 십자가와 함께 이 같은 문장을 목격한다. 사기가 오를 대로 오른 이들은 다음 날 막센티우스 황제 군을 무찌르고 로마 패권을 장악한다. 신로마를 건립한 콘스탄티누스 1세, 예상하다시피 당시 금지됐던 기독교를 합법화하고 포교를 지원한다.
신화 같은 얘기지만 기상학적으로는 있을 수 있다. ‘구름 관찰자를 위한 가이드’를 쓴 영국 기상학자 개빈 프레터피니는 말한다. “햇빛이 권층운(털층구름)의 얼음 결정을 통과하다 굴절되면 하늘에 원호, 선, 점 등 다양한 광학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니까 콘스탄티누스 1세는 눈썰미 좋은 구름 관찰자였고, 권층운 현상을 극적으로 활용해 황제에 올랐다는 얘기. 물론 구름이 썼다는 문장은 좀 과장 같지만.
이 책이 단순히 ‘뜬구름 잡는' 얘기를 넘어서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역사, 미술, 문학에서 소재로 사용한 구름을 통해 인간의 욕망, 삶의 태도, 철학을 풀어낸다. 구름으로 승천한 예수 그림에서 닿을 수 없는 천국을 향한 동경을, 폭풍우 속에서 포효하는 리어왕에서 권좌의 덧없음을,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구름에서 빛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식이다.
똑같아 보이는 구름을 이모저모 뜯어보는 것도 재미다. 구름은 고도와 겉모습에 따라 적운ㆍ적란운ㆍ층운 등 10가지 속(屬)으로 구분하고, 그 아래 26가지 종(種)으로 세분화하며, 다시 31가지 변종 구름으로 구별한다. 가끔 그게 그거 같은데, 몇 가지는 초보 관찰자도 금세 익힐 수 있다. 햇살이 눈부신 날 생기는 솜털 같은 구름은 적운(뭉게구름), 장막처럼 하늘을 뒤덮은 칙칙한 구름은 층구름(층운), 롤빵처럼 층층이 떠 있는 구름은 고적운(높쌘구름). 눈치챘겠지만 한자보다 한글 이름이 더 예쁘다.
저자는 2005년 ‘푸른 하늘’ 추종자에 맞서 구름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구름감상협회를 창립했다. 현재 회원수는 120개 나라 5만3,000여 명에 달한다. 세계 각지에서 진귀한 구름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이들로, 선언문은 이렇다. “우리는 구름이 몽상가를 위해 존재하며, 사색이 몽상가의 영혼을 이롭게 한다고 믿는다. 구름에서 보이는 형태를 사색하는 사람은 모두 정신과 상담료를 아끼게 되리라.” 한국 회원은 44명 정도로 솜털구름 수준.
구름을 향한 인간의 호기심은 몽상을 거쳐 종교적 묵상까지 나아간다. 저자가 초대형 구름 모닝 글로리를 보기 위해 찾아간 호주 오지에 있는 섬 걸프 사바나. 모닝 글로리를 타고 날아올라 항공기 조종사의 전설이 된 러셀 화이트는 말한다. “경외감 속에 무아지경으로 빠져들었죠. 저 높은 구름 위에 있으면 정말이지 창조자의 존재를 믿지 않을 수 없다니까요.” 믿기 어렵겠다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자. 창조주까지는 아니어도 자연의 경이 한 조각을 발견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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