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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여도 죽지 않는 식중독균, 퍼프린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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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지역 축제에 다녀온 주민 400여 명이 집단 설사·복통 증상을 겪게 되었다. 식중독 증상자를 검사한 결과,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이하 퍼프린젠스)로 나타났고, 장염 증상자들이 공통적으로 섭취한 음식은 전날 부녀회에서 직접 준비한 장조림ㆍ오이냉국ㆍ김치 등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남아 있던 음식이 없어 원인 식품을 직접 검사할 수 없었지만 검출된 원인균, 식재료와 조리 과정 등을 감안할 때 가장 유력한 원인 식품은 장조림으로 추정되었다. 그러면 끓여서 만든 음식이 어떻게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먼저 환자에게서 분리된 퍼프린젠스균의 특징을 알아보자. 퍼프린젠스는 가열 등으로 살기 불리한 상황이 되면 스스로 열에 강한 아포(보호막이 있는 캡슐)를 만들어 살아남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후 알맞은 생장 조건이 되면 씨앗이 발아하듯이 식중독균으로 다시 자라게 된다.
식중독은 퍼프린젠스균이 살아 있거나 그 독소가 있는 식재료 등으로 인해 설사·복통 등 장염 증상을 일으킨다. 산소를 싫어하고 먹이로 쓸 수 있는 아미노산이 풍부한 고기 종류의 음식에서 잘 자라는 특성이 있어 고기찜ㆍ찜닭ㆍ제육볶음ㆍ카레 등을 대량 조리 후 실온에 방치한 후 섭취하면 식중독에 걸릴 수 있다.
문제의 장조림은 축제 전날 커다란 솥에 조리해 밤새 실온에 방치했다가 다음 날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황을 그려보자. 고기 등에 묻어 있던 퍼프린젠스균은 장조림 조리 과정에서 아포를 형성했을 것이다.
장조림이 식는 과정 중 아포는 다시 살기 좋은 온도(37~47도)를 만나 발아ㆍ증식된 상태로 행사 참석자에게 제공되었고 식중독의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면 퍼프린젠스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는 요령은 뭘까. 우선, 고기류는 중심부 온도가 75도 이상 되도록 충분히 가열한다. 다음으로, 조리 후엔 2시간 이내 섭취하거나 60도 이상으로 온장 보관하여 제공하거나 신속히 냉각해 5도 이하로 냉장 보관한 후 섭취한다.
마지막으로, 대량 조리 후 방치됐다면 반드시 끓여 먹어야 한다. 퍼프린젠스 독소는 열에 약하므로 다시 가열해 먹으면 퍼프린젠스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
야외 활동이 활발해지는 봄철이다. 식품 취급과 보관에 주의를 기울여 우리 국민 모두 건강하고 안전한 봄날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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