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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부족' 러시아 군대, 우크라이나군 공격하려 '삽'까지 들었다

입력
2023.03.06 19:30
수정
2023.03.06 21:1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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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약 바닥나 보병 기반 공세" 분석
1869년 개발 '다용도 삽' 사용 추정

4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삽으로 참호를 파고 있다. 바흐무트=로이터 연합뉴스

4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삽으로 참호를 파고 있다. 바흐무트=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간 '대면 전투'가 증가하고 있다.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군이 보유한 대포, 탄환 등 무기가 바닥난 탓에, 양국 군인들이 적군의 얼굴을 마주 보며 서로를 공격하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급기야 일부 군대는 "삽을 들고 싸우라"는 명령까지 받았다. 현대전에선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영국 국방부 "러시아군, 삽 들고 싸우란 명령받아"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 예비군은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군 거점을 '화기와 삽'으로 공격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해당 삽은 백병전을 벌일 때 사용하는 야전삽일 가능성이 크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백병전은 적군에게 가까이 접근해서 칼이나 총, 창 또는 맨몸으로 싸우는 것을 뜻한다. 국방부는 "최근 정보에 따르면 근접전이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쟁에 삽까지 동원된 건 러시아가 극심한 무기 부족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멀리서 공격할 만한 무기가 없는 탓에 머릿수를 기반으로 공세를 퍼붓고 있다는 얘기다. 무기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장으로 군인들을 밀어 넣고 있는 셈이다. 영국 국방부는 어느 지역의 전투에서 '삽 동원 명령'이 내려졌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러시아의 무기 부족설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진 데다, 각종 제재 등으로 무기를 수입하거나 만드는 게 힘들어진 여파로 보인다. 러시아가 이란, 중국 등에 무기 공급을 요청하고, 구식 무기를 전장에 투입하는 것도 무기 부족 실태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와의 전투에서 공격 무기로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야전용 삽 'MPL-50'. 팬덤(fandom) 캡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와의 전투에서 공격 무기로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야전용 삽 'MPL-50'. 팬덤(fandom) 캡처


러시아군 MPL-50 삽 사용 추정 "공격용 무기"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삽은 'MPL-50'이다. 1869년 개발된 이 삽은 구소련을 거쳐 지금까지도 거의 변형 없이 사용됐다. 전체 길이는 50㎝, 폭은 15㎝ 정도다. 명목상 전장에서 몸을 숨길 참호를 파기 위한 도구지만, 삽의 날 한쪽 면이 날카롭게 만들어져 있어 적군을 찍어 내리거나 적군에게 던지는 용도로도 빈번하게 쓰인다고 한다. 아울러 총알 공격을 막는 방패로도, 음식을 요리하는 칼로도 활용되는 '다용도 삽'이다.

영국 국방부는 "(삽 등을 활용하는) 저기술적인 전투는 전쟁을 더 잔혹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 거점으로 깊숙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우크라이나군에는 선제공격용 무기가 많아야 한다. 그러나 미국, 유럽 등 서방 국가로부터 무기를 지원받는 우크라이나군도 무기 부족에서 자유롭진 않다. 현지 언론 키이우인디펜던트는 동부 전선에 투입된 군인의 말을 인용, "우크라이나군이 대포, 포병 등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최전선에 투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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